김병삼 만나교회 담임목사가 17일 성남시 분당구 만나교회 로비에 있는 십자가 조형물의 의미에 대해 설명하며 두 손을 모은 채 미소 짓고 있다.
김병삼 만나교회 담임목사가 17일 성남시 분당구 만나교회 로비에 있는 십자가 조형물의 의미에 대해 설명하며 두 손을 모은 채 미소 짓고 있다.
■ M 인터뷰 - ‘브리지소사이어티’ 만들어 기부 운동 김병삼 목사

2009년 설립 NGO활동하다가
지난달 ‘새 기부문화’ 확산 나서

자산일부로 후원하는 ‘생전기부’
돈 어디에 쓰는지 확인할수있어
법무법인 유언공증 ‘사후기부’
자녀 상속 갈등도 줄일 수 있어

정부에 전적으로 ‘복지’ 맡기면
돕고싶어하는 시민 활동 위축돼
교회가 사회공헌 다리역할해야
나역시 은퇴이후 유산기부할 것


중산층의 삶을 살다 자녀가 결혼할 때 아파트 전세금을 주고, 죽기 전에 수억 원의 유산을 물려주면 성공적으로 인생을 산 것일까. 생을 바쳐 열심히 일한 부모 덕에 서울 시내에 집을 얻어 결혼 생활을 할 수 있다면 꽤 괜찮은 삶을 사는 것일까. 수년간 우리 사회를 지배한 ‘수저론’의 관점에서 본다면, 이 가정의 자녀는 다른 이들과 출발선 자체가 다른 선망받는 ‘금수저’에 해당할 수 있겠다. 그러나 대세가 된 이 수저론과 조금 다른 관점에서 부모의 유산이나 기부의 의미를 규정하고 사회 운동을 하는 이가 있다. 이 사람은 “죽어서 돈을 남기기보다는, 살아서 돈을 의미 있게 쓰는 일이 아름다운 삶”이라고 주장한다. 즉, 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것보다는, 유산을 어려운 이웃들에게 사용하는 일이 의미 있는 일이자 상속 관련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길이라고 설명한다. 바로 성남시 분당구 만나교회 담임목사인 김병삼(58) 목사의 얘기다.

김병삼 목사는 지난 2009년 국제구호개발 비정부기구(NGO)인 ‘월드휴먼브리지’를 설립하며 대형교회 지도자의 사회적 활동으로 교단과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김 목사는 지난달 8일 ‘브리지소사이어티’를 출범시키며 또다시 이목을 끌었다. 월드휴먼브리지의 산하 기구인 브리지소사이어티는 고통받고 소외된 이웃들을 위해 생전·사후 유산 기부 등을 약정하는 후원자 그룹이다. 김 목사는 17일 “나는 대형교회 목사지만, 내 명의의 집이나 재산은 하나도 없다. 나도 유산을 기부할 생각”이라며 그가 생각하는 사회공헌 활동 등에 대해 장시간 이야기를 쏟아냈다.

―월드휴먼브리지는 그동안 어떤 활동을 해왔나.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함께 해외사업들을 했다. 볼리비아에 직업훈련학교를 세웠고, 캄보디아에선 보건위생사업을 진행했으며, 필리핀의 코피노(한국인 남성과 필리핀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자녀)를 지원하는 일을 했다. 월드휴먼브리지는 전국에 17개 지부가 있어 국내에서도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다. 남양유업과 손잡고 12년째 ‘모아사랑태교음악회’를 열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산모들을 태교음악으로 위로하고, 출산용품을 무료로 지원해 오고 있다. 200여 개 기업과 수익의 1%를 나누는 ‘1% 나눔 캠페인’을 통해 국내외 어려운 이웃들을 돕기도 한다.”

―유산 기부라는 말이 흥미롭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심해져 대부분의 해외 지원 사업이 중단돼 국내에서 할 수 있는 새로운 자선사업에 대해 고민했다. 어려운 이웃들에게 유산을 쓰는 일이 한국 사회에서 유산 상속 관련 갈등을 해소하고, 자녀가 없는 1인 가구가 급증하는 추세에 부합하는 새로운 기부문화라는 확신이 섰다. 유산 기부금은 소외계층을 위한 인도적 지원 등 월드휴먼브리지 사업에 쓰인다.”

―한국 정서상 유산 기부가 가능한 것인가.

“유산 기부가 모든 재산을 기부해 달라는 의미는 아니다. 유산 기부는 생전·사후로 나뉜다. 생전 기부는 상속 유류분(법률상 유보된 상속재산의 일부)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자산의 일부’를 누구나 쉽게 기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생전 기부에서 제일 먼저 진행하는 절차는 기부자와 가족 간의 상의와 협의다. 이후 기부자가 생전에 가족들과 함께 후원사업에 참여하고, 기부 결과를 확인하면서 나눔 철학을 공유하도록 한다. 사후 기부는 파트너 법무법인인 ‘율촌’과 ‘청우’를 통해 ‘유언 공증에 의한 기부’로 진행하고 있다. 또 금융회사인 하나은행에 자산을 위탁해 생전에는 자산관리를 맡겨 자산에서 나오는 수익을 취하고, 사후에는 가족들에게 자산을 분배하는 ‘유언대용신탁에 의한 기부’도 가능하다.”

―1만2000여 명의 성도가 있는 대형교회 목사인데 자녀에게 유산을 물려줄 생각이 있나.

“슬하에 1남 1녀를 뒀는데, 내 명의의 집이나 재산은 하나도 없다. 담임목사에서 물러나면 교회에서 집을 장만해 주기로 했다. 그 집에 머물다 집을 처분할 때 3분의 1은 노후 생활비로 쓰고, 3분의 1은 유산 기부를 하고, 3분의 1은 지적장애가 있는 큰딸에게 물려줄 계획이다. 사실 장애가 있는 큰딸 생각에 NGO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우리 부부가 죽으면 딸이 어떻게 살아갈지 막막했다. 현재는 자립심을 길러 주기 위해 딸에게 경제적 지원을 하지 않고 있다. 딸은 사회복지사와 결혼했고, 지금은 볼링장에서 하루 4시간씩 청소일을 하고 있다. 아들은 목사고, 올해 하반기 미국에서 로스쿨 진학을 앞두고 있다. 아들이 목사이자 변호사로서 국제분쟁과 난민 문제에 대해 활동하고 싶어 한다. 아들의 학비만 지원해 줄 생각이고, 이 때문에 얼마 전 생애 첫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했다.”

―NGO 등 사회 활동에 뛰어든 계기를 더 듣고 싶다.

“만나교회의 담임목사를 처음 맡았던 지난 2004년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상을 보냈다. 당시 만나교회에 등록된 성도 수는 4000여 명이었으나 매년 1000명씩 불어나며 급성장했고, 1993년 현재의 위치에 매입한 종교부지 등 부동산 관련 빚이 100억 원에 달해 매달 막대한 은행이자를 내야 하는 상황이었다. 결국, 탈진해 쓰러졌고 응급차에 실려 병원에 이송됐다. 이후 요양차 떠난 제주도에서 교회의 존재 이유와 목사라는 직업의 소명의식에 대해 고민했다. 내가 언젠가 죽어 하나님을 만났을 때 그분이 내게 ‘살아서 어떤 일을 했냐’고 물어보신다면 교회를 부흥시켰다는 말 외에는 딱히 드릴 말이 없을 것 같았다. 교회의 외형적 확장보다는 목사로서 더 의미 있는 사목활동이 무엇인지 고민했다.”

―코로나19 이후 복지에 대한 정부의 역할과 책임론이 커지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사회적 약자를 돌보는 일을 정부에 전적으로 맡길 수 없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정부의 역할이 증대될수록 타인을 도우려는 사람들의 선한 마음이 사라질 수 있다고 본다. 정부가 복지사업에 뛰어든다면 사람들은 고통에 처한 이들을 돕기보다는 정부에 기대려 할 거고, 누군가를 돕고 싶은 이들의 활동은 설 자리를 잃는다. 어찌 보면 정부가 남을 도우려는 시민의 기회를 빼앗는 일과 다름없다.”

―교회의 사회적 역할은.

“교회의 사회적 역할은 ‘다리’에 비유할 수 있다. 특히 교회가 보유한 인적·지역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교회들끼리 서로 교류하며 기부금이 꼭 필요한 사람을 찾아 지원하고 다양한 사업을 펼치는 것이다. 그러면 ‘기부금 전용’을 막을 수 있다. 교회의 네트워크를 통해 나눔의 다리를 놓고, 기부금을 반드시 우리 사회에 필요한 곳에 쓰자는 취지에서 월드휴먼브리지와 브리지소사이어티 이름에 ‘브리지’를 넣었다.”

―일부 목사들이 정치 활동을 일삼아 논란이 되고 있다.

“하나님의 말씀인 복음은 세상의 모든 이데올로기를 담고 있다. 가령 ‘원수를 사랑하라’고 가르치는 곳은 교회밖에 없다. 신앙인은 복음에 따라 살면서 교회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하는데, 어떤 이들은 자기 생각에 하나님의 말씀을 끼워 맞춘다. 정치적 이데올로기에 함몰된 일부 신앙인들이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씀을 지키지 않고 다른 생각을 하는 이들을 적대하고 조장하는데,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 진정한 신앙인이라면 자기 생각과 이익을 버리고, 교회를 화합의 장이자 복음을 전파하는 곳으로 가꿔 나가야 한다.”

―인생의 최종 목표가 있다면.

“친근한 목회자로 기억되고 싶다. 교회에서 많은 이가 하나님의 말씀을 들을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추려고 끊임없이 노력해 왔다. 15여 년 전 교회 내 흡연실을 만들었고, 흡연실 TV로 예배를 볼 수 있도록 하는 바람에 다른 교인들한테 거센 항의를 받았다. 10여 년 전에는 홈페이지를 통해 예배를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진행했고, 요즘은 유튜브를 통해 성도들과 새벽예배를 드린다. 교회가 끊임없이 세상과 호흡하며 하나님과 사람들이 소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사의 일이라고 다짐했기 때문이다. 많은 이가 교회에 올 수 있도록 힘썼는데, 성도들이 나를 외면하면 슬플 것 같다. 다행히 성도들은 나를 ‘욘사마’에 빗대 ‘병사마’라고 부를 만큼 친근하게 대하고 있다.”

전세원 기자 jsw@munhwa.com

관련기사

전세원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