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돼 닷새간 영화 부문 글로벌 순위 정상을 지킨 ‘레스틀리스’라는 프랑스 영화가 있습니다. 프랑크 가스탐비드, 시몬 압카리언이라는 국내 관객들에게 낯선 배우들이 출연한 이 영화. 지난 2013년 개봉돼 배우 조진웅·이선균에게 백상 공동 남우주연상을 안긴 ‘끝까지 간다’의 리메이크작이죠.

오는 31일 극장 개봉하는 ‘극장판 시그널’이라는 작품도 있습니다. 이번에는 낯설지 않은 제목이죠? 2016년 방송된 배우 김혜수·조진웅 출연작인 tvN ‘시그널’의 극장판인데요. 중요한 건, 한국 영화가 아닌 일본 영화라는 겁니다. 일본에서 리메이크 판권을 수입해 2018년 일본 드라마 ‘시그널 장기 미제 사건 수사반’으로 현지 방송된 데 이어 영화로도 제작된 거죠.

해외에서 한국 콘텐츠를 리메이크하는 사례는 적지 않습니다. 일본에선 2004년 아사히TV에서 방송된 ‘호텔리어’를 시작으로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 ‘미남이시네요’ 등 10여 편을 다시 만들었죠. 지난해는 배우 송혜교·박보검이 출연했던 tvN 드라마 ‘남자친구’가 필리핀 버전으로 탈바꿈됐고, 태국 Pay TV에서는 tvN 드라마 ‘싸우자 귀신아’를 리메이크했죠. 지난해 11월 인도에서 개봉돼 엿새 만에 손익분기점을 돌파한 ‘다마카’는 ‘더 테러 라이브’(2013)의 리메이크작인데요. 인도의 유명 배우 카르틱 아르얀이 원작 배우 하정우 역할을 맡았죠.

최근 리메이크 추세의 주요 키워드는 ‘탈(脫)아시아’입니다. 한류 콘텐츠를 적극 소비하던 아시아 시장을 넘어 미주·유럽 시장에서도 한국 콘텐츠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는 거죠. KBS2 ‘굿 닥터’가 2017년 미국 ABC 채널에서 한국 드라마 최초로 리메이크되며 미국 시장에 진출한 이후 영화 ‘기생충’과 BTS의 성공 등이 기름을 부은 격이 됐죠. 현재는 ‘부산행’과 ‘악녀’ 등이 할리우드에서 현지화되고 있습니다.

넷플릭스와 디즈니+, 애플TV+ 등 글로벌 스트리밍 플랫폼의 등장은 한국의 우수한 콘텐츠를 전 세계에 소개하는 기회가 됐습니다. 여기에 ‘오징어게임’ ‘지옥’ ‘지금 우리 학교는’과 같은 히트작이 나오며 한국 콘텐츠를 바라보는 세계의 시선이 달라졌는데요. 과거 영국의 비틀스가 미국 시장을 점령하며 ‘브리티시 인베이전’(British Invasion)이라 불렸듯, 이제는 전 세계 콘텐츠 시장을 대상으로 한 ‘코리안 인베이전’이 본격화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안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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