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매일매일’ ‘파리의 바게트빵’을 먹어야 하는가? 과거에는 동네마다 ‘베이커리’나 ‘제과’가 붙은 빵집이 많았는데, 요즘에는 대기업 프랜차이즈에 밀려 대부분 자취를 감췄다.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프랑스어 ‘뚜레쥬르(Tous Les Jours)’와 ‘파리 바게뜨(Paris Baguette)’다. 앞의 것은 ‘뚜’와 ‘쥬’에서 외래어 표기법을 어겼고, 뒤의 것은 ‘트’로 써야 할 것을 ‘뜨’로 썼으니 규범을 따지는 사람의 눈으로 보면 못마땅할 수밖에 없다.

맛있는 빵을 두고 규범을 운운하는 것이 못마땅하기는 하지만, 빵집 이름에 대한 것이니 더 캐 볼 여지가 있다. 빵이 이 땅에 본격적으로 소개되면서 유명 빵집이 여기저기 생겨났다. 저마다 사연은 다르겠지만, 빵집의 이름은 모두 ‘당(堂)’으로 끝났다. ‘당’이 곧 집을 뜻하니 결국은 빵집이란 뜻이다. 지금도 빵집 이름에 ‘당’을 고수하고 있는 곳의 간판을 보면 반드시 언제 창업됐는지를 밝히거나 100여 년의 역사를 강조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당’은 ‘제과’나 ‘베이커리’로 탈바꿈하게 된다. 제과 앞에는 세계의 큰 도시 이름이 붙게 마련이어서 빵집 순례만으로도 세계 일주를 할 수 있었다. 베이커리의 진열장에는 정체불명의 ‘프레시 오븐 베이커리’라는 문구가 붙어 있었는데, 아마도 매장에서 직접 갓 구워낸 빵이란 뜻이었으리라.

오늘날 빵·과자를 만드는 대기업이나 프랜차이즈 빵집을 운영하는 기업은 대부분 이 ‘당’에 기원을 두고 있다. 지역의 빵집에 기반을 뒀다가 기업으로 성장해 서양식 이름으로 바꾼 것이다. 그래서 여전히 ‘당’을 고수하는 빵집에서 더 구수한 향이 나는지도 모르겠다. 오늘날 정치는 ‘당(黨)’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우리의 정치사는 두 갈래 당의 싸움으로 얼룩져 있다. 시도 때도 없이 이름을 바꾸지만, 그 빵에 그 과자인 이 두 당은 역사에 이름을 어떻게 남길지 궁금하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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