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종 논설위원

대통령과 당선인은 두 달여 불편한 동거를 한다. 법적 권한은 대통령이 갖고 있지만, 관심의 초점은 미래 권력인 당선인에게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1987년 이후 대통령과 당선인의 관계가 가장 좋았던 것은 김영삼(YS) 대통령과 김대중(DJ) 당선인의 경우다. 대선 기간 중 YS는 이회창 여당 후보보다 DJ를 암묵적으로 지원했다. 대표적으로 DJ 비자금에 대한 검찰 수사를 중단시켰다.

1997년 12월 20일 YS와 DJ는 청와대에서 배석자 없이 1시간 동안 오찬을 함께했다. 선거일 이틀 뒤였다. 회동 이후 양측은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특별사면을 비롯한 6개 사항에 대한 합의문을 발표했다. 눈에 띄는 점은, 김영삼 대통령이 먼저 사면 의사를 밝힌 뒤 당선인의 동의를 구하는 형식을 취했다는 점이다. 두 사람은 회동 열흘 뒤 다시 부부 동반으로 만났고, DJ는 취임 때까지 YS와 매주 주례 회동을 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2012년 12월 28일 박근혜 당선인을 청와대에서 배석자 없이 40분 동안 만났는데, 회동 후 양측은 “박 당선인이 민생예산 통과를 요청했고, 이 대통령은 적극 협조하겠다고 했다”는 한 줄 브리핑이 전부였다. 이후 최서원(최순실) 씨 국정농단 사건 때 최 씨가 가지고 있던 문건에서 당시 회동의 세부 시나리오와 대화 내용이 공개됐다. 박 당선인은 이 대통령에게 국채 발행을 요청했고, 북한 도발 등 안보 문제도 논의했다고 한다.

가장 껄끄러웠던 경우는 2007년 12월 28일 노무현 대통령과 이명박 당선인의 만남. 이 당선인은 회동 서두에 “왜 제 뒷조사 같은 거 하고 그러십니까”라며 당시 국가정보원이 이 당선인과 가족의 뒤를 캔 문제를 지적했다. 이에 노 대통령이 화를 내며 “절대로 그런 짓 한 적 없습니다”라고 말한 것이 회담장 밖에도 다 들릴 정도였다고 한다. 이후 두 사람은 청와대 기록물 반출, 박연차 게이트 수사 등으로 악연을 이어 오다 결국 수사와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졌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인의 16일 청와대 오찬 회동이 4시간 전에 취소됐다. 자신이 임명한 검찰총장이 야당의 대선 후보로 당선돼 만나게 된 문 대통령의 심경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회동’일 것이다. 두 사람의 악연(惡緣)이 여기서 끝날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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