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 정치부 차장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한 더불어민주당을 두고 정권을 내준 정당 같지 않다는 말이 정치권에서 나온다. 6·1 지방선거를 명분으로 지도부의 일원이었던 윤호중 원내대표가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은 것부터 많은 사람이 고개를 갸웃하게 만들었다. 가장 치열하게 패배 원인을 찾아야 할 시기임에도 반성보다는 위로와 격려가 오갔다. 당내 관심은 이달 말로 예정된 원내대표 선거와 8월에 예상되는 전당대회 등 당권의 향배에 쏠려 있다.

민주당이 선택한 이른바 ‘질서 있는 수습’은 변하지 않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5선 이상민 의원이 ‘내로남불’, 위선, 오만, 독선, 패거리 의식 등 민주당의 문제와 이재명 상임고문의 개인적 약점 등을 패배의 원인으로 지적하자, 김우영 전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작은 배신 반복자(반복하는 사람) 이상민 축출하라”며 비난했다. 강경파로 분류되는 김용민 전 최고위원은 검찰개혁 실패 때문에 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15일 페이스북에 “국민은 검찰개혁을 하라고 민주당에 힘을 몰아줬다. 그러나 하지 않고 있다가 그 뒤 2번의 큰 선거를 연이어 패배했다”고 적었다. 김두관 의원이 이 상임고문을 비대위원장으로 선임하자고 나선 것도 상식과 거리가 멀다. 후보에게 모든 책임을 지우는 것은 부당하지만, 덮어놓고 면죄부를 주는 것 또한 적절치 않다. 더구나 대선평가위원회 설치는 비대위에서 제대로 검토조차 하지 않고 있다. 왜 졌는지도 모른 채 당을 어떻게 쇄신하겠다는 것인지 의아하다.

이는 0.73%포인트라는 숫자가 낳은 비극이다. 한 민주당 의원은 “석패한 게 오히려 독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어떻게 포장하더라도 패배는 패배일 뿐인데, 이를 인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여건이 비슷했던 2002년 대선에서는 정권 재창출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이번 결과는 더 뼈저리게 다가와야 한다. 당시는 김대중 대통령 아들의 비리 등으로 인해 정권의 인기가 올해보다 낮았고, 대선을 불과 반년 남겨 놓고 열린 제3회 지방선거에서 서울 등 주요 지역을 내주며 참패한 상황이었다. ‘후단협(후보 단일화 협의회)’이 활동했을 정도로 당의 분열은 심각했다.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후보는 이런 상황에서도 48.91%를 얻어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를 2.33%포인트 차로 누르고 승리했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가 3.89%를 득표했음에도 이뤄낸 성과다.

그나마 자성의 목소리가 조금씩 커지고 있기는 하다. 의원 정책 모임인 ‘더 좋은 미래’는 16일 윤 비대위원장에게 결단을 촉구했다. 사실상 윤 위원장이 사퇴한 후 원점부터 다시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용진 의원은 같은 날 토론회에서 “‘졌지만 잘 싸웠다’는 격려와 위로가 자리하는 것을 우리는 용납해도 국민이 용납하지 못한다”며 “당이 새로 단합하는 출발점은 봉합이 아니라 반성과 혁신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당이 관성을 뚫고 변화로 연결할 수 있는지에 있다. 패배의 원인을 찾고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해야만 활로가 열린다. 이를 위해서는 당이 더 시끄러워져야 하고, 일정한 진통은 감내해야 한다. 민주당은 대선에서 패했다. 집권이 목표인 정당에 이보다 큰 위기는 없다.
조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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