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양시설 의무 위반 ‘경종’

70대 당뇨환자 응급조치 안해
결국 뇌손상·폐렴으로 사망
대법, 원장 등 벌금형 원심 확정
전문성 확보-시설개선 과제로


‘혹시 우리 부모님도?’

요양시설에 입소한 70대 노인에게 응급조치를 하지 않아 사망에 이르게 한 요양보호사의 ‘업무상 주의 의무’ 위반을 인정하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한국사회에서 고령화로 인해 요양원 입소 수요가 크게 늘고 있는 만큼, 요양보호사의 전문성 확보, 요양원 시설 개선 등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18일 법원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대법관 김재형)는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요양원장 A 씨에게 벌금 5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요양보호사 2명에게는 각각 벌금 500만 원과 300만 원이 확정됐다.

판결문에 따르면 2016년 12월 요양원에 입소한 당뇨 환자 B(78) 씨는 2017년 4월 5일부터 14일까지 혈당 수치가 3차례나 낮게 측정되는 등 잦은 저혈당 증세를 보였다. 4월 15일 오전 5시 B 씨는 팔을 늘어뜨리는 등 의식 저하 상태를 보였고, 가래가 끓어 호흡곤란 증상을 보여 석션을 받았다. A 씨 등은 B 씨의 보호자에게 이런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소량의 믹스커피만을 마시게 했다. 같은 날 오전 8시 50분쯤 보호자인 아들이 도착한 후에야 구급차에 실려 간 B 씨는 3일 뒤 저혈당으로 인한 영구적인 뇌손상으로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B 씨는 1개월 뒤 폐렴에 의한 급성호흡곤란증후군 등으로 숨졌다.

1심은 이들의 업무상 주의 의무 위반으로 피해자가 사망했다는 혐의가 입증되지 않았다고 보고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주의 의무 위반을 인정해 유죄로 판단했다. 요양보호사의 표준교재나 매뉴얼에 저혈당 등으로 경련 증상이 5분 이상 지속될 경우 즉시 119에 신고하고 시설 책임자에게 보고하게 돼 있는데, 이를 지키지 않았다고 판결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노인의료복지시설 중 노인요양시설은 3844곳, 입소정원은 18만6289명에 이른다. 고령화로 인해 요양원 입소 노인이 증가하고 요양원도 계속 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요양보호사의 전문성이나 요양원 시설 수준은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요양원 입소 노인의 사망이나 부상의 책임 소지를 두고 법적 공방을 벌이는 경우도 크게 늘고 있다.

김보름 기자 fullmo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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