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G7도 ‘전쟁범죄’ 표현사용
英 “전범재판 회부를” 공개 요구
푸틴, 법정 출석 가능성 낮아
실제 재판 이뤄질 지는 미지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전범’이라고 규정한 데 이어 “살인 독재자(murderous dictator)” “순전한 폭력배(pure thug)”로 칭하면서 비난의 수위를 한층 더 높였다. 유럽연합(EU)과 주요 7개국(G7) 역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전쟁범죄”라는 표현을 쓰기 시작했고, 미국을 포함한 총 6개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러시아를 전범국으로 공개 비난하는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전범 재판’ 논의에 불이 붙고 있다.
CNN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17일 ‘성 패트릭의 날’을 맞아 미 의회의사당에서 열린 연례 오찬에서 푸틴 대통령을 향해 “우크라이나인들을 대상으로 비도덕적 전쟁을 벌이고 있는 살인 독재자이자 순전한 폭력배”라고 날을 세웠다. 전날 그를 “전범”으로 칭한 데 대해 크렘린궁이 “용납할 수 없다”며 격하게 반응한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재차 원색적인 비난을 가한 것이다.
외신들은 바이든 대통령의 이 같은 비판을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로 민간인 피해가 급증하는 데 대한 러시아 책임을 언급하면서 침공 중단을 압박하는 차원으로 해석하고 있다. 또 18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전화 통화를 앞두고 중국의 러시아 지원 명분을 차단하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중 정상 전화회담은 우크라이나 사태 발발 이후 처음이며, 지난해 11월 이후 4개월여 만이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원하기 위해 취하는 모든 행동에 책임을 묻겠다는 점을 분명히 할 것”이라고 알렸다.
주제프 보렐 EU 외교·안보정책고위대표 역시 성명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심각한 국제인도법 위반이자 전쟁범죄”라고 지적했다. 영국·미국·프랑스·알바니아·아일랜드·노르웨이 등 총 6개국은 안보리 긴급회의에 앞서 러시아가 전쟁범죄를 저지르고 있으며, 푸틴 대통령이 “평화협상에 관심이 있는 척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G7 외교장관들도 “민간인에 대한 무차별적인 무기 사용을 포함한 전쟁범죄를 저지른 자들에 대해 책임을 물을 것”이라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리즈 트러스 영국 외교장관은 “아주 강력한 증거가 있다”면서 “증거를 대는 것은 우리가 할 일이고, 전범 재판은 국제형사재판소(ICC)의 몫”이라고 말했다. 다만 ICC가 러시아에 대한 관할권을 갖고 있지 않은 데다, 푸틴 대통령이 네덜란드 헤이그에 위치한 ICC 법정에 직접 출석할 가능성도 낮다는 한계가 있어 실제 재판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2014년 크름반도 점령 이후 ICC의 국제법적 근거인 로마조약에 대한 서명을 철회했다. ICC는 재판 여부와 별개로 러시아군의 전쟁범죄에 대한 조사를 착수한 상태다. 한편 진척을 보이는 듯했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평화협상은 다시 암초에 빠진 모양새다. 크렘린궁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만큼의 에너지를 투입하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장서우 기자 suwu@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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