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의 필요성은 인정합니다. 그러나 ‘귀족 노조’에 대한 반감이 있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됩니다.”
지난 16일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가 열린 경기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 한 주주가 노조를 향해 이처럼 쓴소리를 했다. 통상 주총에 참석하는 주주들이 경영 실적 부진 등을 거론하던 것과 달리 노조를 향한 목소리는 이례적이었다. 또 다른 주주는 “애플은 시가총액 2800조 원을 넘어섰다. 삼성전자는 500조 원이 안 되는데 회사가 노조에 발목이 잡히는 상황이 되지 않길 바란다”고 밝혔다. 참석자들의 호응과 박수가 쏟아졌다.
주주들의 발언은 노조의 과도한 발목 잡기가 회사의 미래 성장을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해 10월부터 15차례 교섭을 벌이며 임금협상을 진행했지만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전 직원 연봉 1000만 원 일괄 인상, 매년 영업이익의 25%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등 한국 대표 기업을 둘러싼 글로벌 경영 환경의 시계(視界)는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미·중 패권 경쟁 심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오미크론, 원자재·물류비 상승 등 각종 악재가 지뢰밭처럼 산적해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미래 성장 동력 발굴과 직결된 인수·합병(M&A)에서는 지난 수년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초 9만 원을 넘어서며 ‘10만 전자’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던 삼성전자 주가는 3월 들어 6만 원대로 떨어진 뒤 18일 오전 현재 7만 원 초반대를 기록 중이다. 이런 흐름을 보면 삼성전자의 한 주주가 주총에서 “경영진, 노조, 주주라는 3각 축이 동행 의식 아래 ‘윈윈’하는 관계가 돼야 한다”고 한 발언은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다. 산업계 관계자는 “삼성 노조가 귀족노조로 머물지, 상호 협력 관계로 더 큰 과실을 나누는 공존의 관계를 형성할지 주목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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