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호. 뉴시스
강정호. 뉴시스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들리는 뉴스가 음주운전 등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스포츠스타들의 선수 활동 재개 소식이다. 그런데 봉사활동이나 기부로 ‘반성’을 했다며, 슬며시 복귀를 시도하는 스포츠스타들의 말로(末路)는 좋지 않다. 대부분 다시 활동하기 전, 좋지 않은 여론으로 복귀 뜻을 접는 경우가 많다.

18일 오후 키움과 SSG의 시범경기를 앞둔 고척스카이돔 1층 인터뷰실. 빨개진 얼굴을 한 고형욱 키움 단장이 취재진 앞에서 연신 고개를 숙였다. 고 단장은 “선배 야구인으로서 강정호에게 야구선수로서 마무리할 마지막 기회를 주고 싶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키움은 이날 오전 음주운전 파문으로 선수 생활이 중단됐던 강정호(35)와 계약을 전격으로 발표했다. 키움 구단은 지난 17일 강정호와 선수 계약을 체결했다. 강정호에게 최저 연봉을 주기로 한 키움은 한국야구위원회(KBO)에 강정호에 대한 임의해지 복귀 승인을 요청했다. 고 단장은 12일 강정호에게 전화를 걸어 계약 의사를 물었고, 14일엔 강정호 에이전시와 접촉했다. 이후 강정호의 계약이 성사됐고, 고 단장은 “계약을 번복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강정호는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피츠버그 파이리츠에서 뛰던 2016년 12월 서울에서 음주운전 뺑소니 사고를 냈다. 강정호는 이후 조사 과정에서 2009년과 2011년, 두 차례나 더 음주운전을 한 사실이 드러나 법원으로부터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미국 취업비자 취득을 거부당해 2년의 공백기를 가긴 강정호는 결국 피츠버그 구단으로부터 방출됐다.

메이저리그에서 새 팀을 찾지 못한 강정호는 2020년 5월 한 차례 국내 복귀를 타진했고, KBO는 1년 유기 실격 및 봉사활동 300시간 징계를 받았다. 강정호는 2020년 6월 사과 기자회견을 한 뒤 친정팀 키움으로 복귀를 추진했지만, 빗발치는 비난 여론을 이기지 못하고 복귀 포기 선언을 했다. 평생 봉사하면서 살겠다고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리고 2년이 지난 현재, 키움은 강정호의 복귀를 선택했다. 실수를 딛고 더 훌륭한 선수가 될 기회를 받을 자격이 있다는 게 고 단장의 주장이다. 하지만 여론은 여전히 싸늘하다. 강정호의 계약 소식에 각종 야구 커뮤니티에서는 반대 목소리가 넘친다. 특히 “음주 사고를 쳐도 야구만 하면 그만”이라는 키움의 선택에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프로야구는 올해 정규리그 개막전부터 관중석을 100% 개방할 예정이다. 올핸 흥행 호재가 넘친다. 김광현과 양현종 등 메이저리그에서 뛴 한국 야구의 대들보 투수들이 복귀했고, 나성범(KIA)과 박건우, 손아섭(이상 NC), 박병호(KT) 등 다수의 유명 선수들이 자유계약(FA)으로 새 팀 유니폼을 입었다. 그만큼 볼거리가 풍성하다.

그간 코로나19에 속을 태웠던 KBO와 각 구단은 올해 프로야구의 떨어진 인기를 만회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보고 있다. 하지만 정규리그 개막도 전에 프로야구는 다시 따가운 눈초리를 받게 됐다. 한 구단의 선택이지만, 팬들의 비난은 KBO리그 전체로 향할 수 있다.

한 번의 실수, 그리고 충분한 처벌을 받은 한 선수의 미래를 막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는 동정론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과정보다 결과를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던 과거와는 다르다. 무엇보다 음주 운전은 잠재적 살인 행위다. 프로야구의 핵심 캐치프레이즈는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을’이다. 음주운전으로 삼진아웃을 당한 선수가 야구장에서 훌륭한 플레이를 선보인다고,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것일까. 팬들은 염치없는 키움의 ‘선택’에 혐오가 들 수밖에 없다.

정세영 기자 niners@munhwa.com
정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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