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우리금융그룹 완전민영화 주역 손태승 회장
2017년 은행장에 선임된 이후
당국 등에 지주사 당위성 설득
中企중심 대출과 예금 증대로
작년 당기순익 97% 급증 기염
자회사 시너지 효과 본격화에
非이자이익 창출 기반도 다져
지난해 ESG 전담부서 신설뒤
원활한 협력 시스템 진두지휘
금융그룹들이 최고 실적을 기록한 지난 2021년, 역사적 ‘터닝포인트’를 맞은 곳이 있다. 우리금융그룹이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12월 예금보험공사가 우리금융지주의 지분 9.33%를 민간에 매각함으로써 완전민영화에 성공했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 공적자금 약 12조8000억 원을 수혈받은 뒤 우리금융은 23년간 공공기관을 대주주로 두고 있었다. 금융계에서는 우리금융 완전민영화의 최대 공신으로 손태승 그룹회장을 꼽는다. 손 회장은 우리은행장 취임 이후 자사주 8만5000주를 매입해 책임 경영에 앞장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우리금융 주가가 하락하는 고비 때마다 자사주를 사들였다. 그룹 경영성과에 대한 자신감과 기업가치 제고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여 주기 위해서다. 이러한 손 회장의 공세적인 행보는 예보가 잔여지분을 매각할 수 있는 적정 주가를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강단으로 이룬 ‘완전민영화’= 손 회장이 이끈 우리금융의 역대급 실적은 완전민영화의 단초가 됐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97.9% 증가한 2조5879억 원을 기록했다.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을 합한 순영업수익은 8조3440억 원으로 전년보다 22.3% 증가했다. 그간 손 회장이 주력해 온 중소기업 중심의 대출과 저비용성 예금 증대로 수익 구조가 개선됐다는 평가다. 비이자이익은 1조3583억 원으로 전년 대비 65.2% 증가했다. 특히, 비은행 비중이 전년 대비 크게 높아지고 자회사 간 시너지 효과가 본격화돼 비이자이익 창출 기반이 더욱 공고해졌다.
손 회장은 2021년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 직접 참석해 “지난해 완전민영화로 조성된 성장 모멘텀을 바탕으로 사업 포트폴리오 확충 등 새로운 도약을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1등 금융 역사의 재건 의지 천명이라고 우리금융 관계자는 설명했다. 손 회장은 이런 포부를 올해 1월 우리금융 창립 21주년 기념식을 통해서도 밝혔다. ‘국내 최초의 금융지주회사로서 21년 역사를 복원하겠다’는 뜻을 밝힌 손 회장은 “2022년 기호지세(騎虎之勢)의 마음가짐으로 글로벌 리딩금융그룹 도약의 꿈을 반드시 이루자”고 호소했다. 이날 자리에 참석한 황영기 전 회장(2004∼2007년 재임)도 “우리금융의 재출범을 이끈 손 회장이 우리금융을 1등 금융기관으로 재탄생시켜 고객들의 성원에 보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은행권 부침과 함께한 35년 ‘정통 뱅커’= 손 회장은 1987년 한일은행에 입행해 35년간 은행권 경력을 차곡차곡 쌓은 ‘정통 뱅커’다. 1997년 외환위기 사태를 겪은 만큼 다양한 인수·합병(M&A)을 직면했다. 몸담은 은행의 이름도 한일은행에서 한빛은행, 우리은행으로 바뀌었다. 우리금융도 세워졌다가 해체된 뒤 재출범하는 격변기를 겪었다. 이 가운데 마지막 우리금융의 재출범과 안정기를 손 회장이 이끌었다. 2017년 우리은행장으로 선임된 이후 새로운 우리금융의 완전민영화와 최대 실적을 모두 일궈 냈다.
시작부터 금융권에 관심을 뒀을 것 같지만 손 회장의 전공은 법학과다. 손 회장은 사법시험을 준비하다가 서울대 법학대학원 석사를 마치고 입행했다. ‘은행에 취직하라’는 부모의 권유가 계기다. 평균보다 늦게 입행한 손 회장은 동기들에게 뒤지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영어 실력은 기본이라고 생각해 많은 시간을 할애한 덕분에 지금도 외국인 투자자들과 자유롭게 의사소통한다. 항상 열정을 갖고 일했고, 동료나 상하 간에 잘 어울리며 소통하려던 태도도 은행 생활에 도움이 됐다. 44세에 은행 전체의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최연소 전략기획부장을 4년이나 맡았다. 이 외에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지점장, 자금시장사업단 상무, 글로벌 부문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은행장과 지주사 회장까지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손 회장의 열정에 기반했다는 분석이다.
◇전국 영업점 찾아 4500㎞ 이동=손 회장의 좌우명은 ‘세이공청(洗耳恭聽)’이다. ‘귀를 씻고 공손하게 듣는다’는 뜻이다. 은행장에 취임한 날 “전국 곳곳의 영업점을 방문하겠다”고 했던 일성은 그를 4500㎞나 뛰게 만들었다. 그는 여러 사람의 말을 경청하고 직원들과 소통하겠다는 의지를 행동으로 보였다. 소통하는 리더십은 우리금융 민영화 과정에도 발휘됐다. 금융당국과 이사회, 주주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만나 지주사 설립에 대한 당위성을 설득했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2018년 11월 우리은행의 지주전환을 승인했다. 우리금융과 우리은행 간 포괄적 주식이전 방식을 통해 2019년 1월 11일 우리금융이 공식 출범하게 됐다. 이로써 우리금융은 종합금융그룹으로서 경쟁력 강화 기반을 구축했다. 지주사가 출범했지만 금융당국의 내부등급법 승인 문제로 우리금융이 대형 M&A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는 쉽지 않았다.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2021년 11월 내부등급법 승인이 있기까지 손 회장의 지휘 아래 우리금융은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꾸준히 늘려 왔다.
완전민영화를 달성한 이후에도 손 회장의 소통 능력이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2023년까지 비은행부문 수익 비중을 30% 수준까지 끌어올릴 것을 예고했는데, 이 과정에는 M&A가 필수적이다. 특히 증권사와 보험사 인수를 목표로 하는 만큼 관련 업계뿐 아니라 실무진과의 긴밀한 소통이 이뤄져야 한다.
◇민영화 이후 디지털·ESG 전환 박차= 디지털 혁신 과제도 앞으로 진행할 주요 과제 중 하나다. 손 회장은 1월 창립기념사를 통해 “우리나라 최초이자 최고의 금융그룹이었던 역사적 자부심을 되찾아야 한다”며 수단으로 창발적(創發的) 혁신과 디지털 금융을 강조했다. 그는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재창업한다는 각오로 모든 역량을 디지털 대전환에 쏟아야 한다”며 “대한민국의 디지털 시대를 가장 앞서 열어 나가는 금융그룹으로 만들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손 회장은 핀테크 기업을 직접 인수하거나 타 업종과의 적극적인 디지털 협업을 추진하고 있다. 과감한 ‘개방형 혁신 전략’을 통해 외부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내부 역량 강화 방안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그룹 내 디지털 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정보통신기술(ICT) 기업과 연계한 인공지능(AI) 전문가 교육 과정에 직원을 파견했다. 손 회장이 그룹 디지털혁신위원회 위원장을 직접 맡고, 산하에 우리은행장을 총괄장으로 하는 ‘디지털혁신총괄’을 둬 톱다운(Top-Down)식 리더십을 확보했다.
손 회장은 환경·사회·지배구조(ESG)경영도 진두지휘하고 있다. 손 회장은 지난해를 우리금융그룹을 ESG경영의 원년으로 선언한 뒤 전담부서인 ‘ESG경영부’를 신설했다. ESG경영 강화를 위한 초석을 마련하고자 지난해 1월 ‘그룹ESG경영협의회’도 만들어 그룹사 간 원활한 협조체계를 수립했다. 지난해 3월 말에는 이사회 이사 전원으로 구성한 ‘ESG경영위원회’를 새로 꾸려 ESG거버넌스 체계를 견고히 했다. 이처럼 우리금융이 대외 ESG 등급 상향을 위한 평가 대응을 준비한 결과, 국내외 ESG 평가사로부터 높은 평가 등급을 받았다. 주요 글로벌 평가사인 DJSI(다우존스지속가능경영지수)에서도 Asia-Pacific 지수에 편입했고,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덱스)에서는 금융권 최고 수준인 AA등급을 달성했다.
정선형 기자 linea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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