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3월 29일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당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매들린 K 올브라이트 전 미 국무장관에게 ‘자유의 메달’을 수여하고 있다. 자유의 메달은 미국의 안보나 세계의 평화, 문화적 업적 등을 낸 민간인에게 주는 상으로, 의회 명예 훈장과 함께 최고 영예로 꼽힌다. AP 연합뉴스
2012년 3월 29일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당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매들린 K 올브라이트 전 미 국무장관에게 ‘자유의 메달’을 수여하고 있다. 자유의 메달은 미국의 안보나 세계의 평화, 문화적 업적 등을 낸 민간인에게 주는 상으로, 의회 명예 훈장과 함께 최고 영예로 꼽힌다. AP 연합뉴스
올브라이트 前 장관 별세

11세에 미국 온 체코 이민자 딸
클린턴 행정부서 외교정책 주도
북핵 확산 반대 고위직 첫 방북
동유럽국가 나토가입에 큰 역할

클린턴 “자유위해 열정바쳐”애도


체코 이민자 출신으로 폴란드·헝가리·체코 등 동유럽 국가들을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에 가입시키는 성과를 냈던 미국 역사상 최초의 여성 국무장관 매들린 K 올브라이트(84)가 23일 암으로 별세했다. 냉전 이후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미국 외교 정책을 주도했던 올브라이트 전 장관은 미 고위직으로서는 처음으로 북한을 공식 방문하는 역사를 쓴 인물이기도 하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부인인 힐러리 전 국무장관과 함께 성명을 내고 “고인은 자유, 민주주의, 인권을 위한 열정적인 힘이었다”고 애도했다.

올브라이트 전 장관은 1937년 체코 수도 프라하에서 유고슬라비아 주재 체코 대사관 공보담당관의 맏딸로 태어났다. 유대인이었던 그의 가족은 나치의 탄압을 피해 그녀가 11세인 1948년 미국으로 망명했다. 명문 사립 여자대학인 웰즐리대에서 정치학을 전공, 우등으로 졸업한 그는 언론사 ‘더 데일리 뉴스 오브 뉴욕’을 창간한 조지프 메딜 패터슨의 손자 조지프 메딜 패터슨 올브라이트를 만나 1959년 결혼했다.

1976년 올브라이트는 컬럼비아대에서 같은 동유럽 출신인 폴란드 이민자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밑에서 수학하며 공법 및 행정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76년 지미 카터 정권이 들어서면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임명된 브레진스키는 올브라이트를 의회와의 연락 담당 직원으로 들였다. 그는 브레진스키의 사무실에 있던 단 2명의 여성 중 1명이었다. 1982년 이혼 후 합의금으로 백만장자가 된 올브라이트는 민주당 소속 대선 후보들을 위한 모금 활동에 발을 들였고, 여성으로서는 미 역사상 처음으로 주요 정당의 부통령 후보에 지명됐던 제럴딘 페라로 전 하원의원과 마이클 두카키스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의 외교정책 고문으로 발탁됐다. 당시 아칸소 주지사였던 클린턴 전 대통령과도 인연을 맺었다. 1992년 클린턴의 당선 이후 국가안보회의(NSC) 인수팀을 담당했던 올브라이트는 유엔 주재 미국 대사로 임명되며 국제 무대에 본격 진출했다.

다자주의의 신봉자로서, 유고슬라비아 해체 당시 적극적인 개입을 주장했던 올브라이트는 힐러리의 강력한 추천을 받아 1996년 제64대 국무장관으로 승진했다.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이자 유리천장을 깬 인물로, 여성 유권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얻었던 그의 인준안은 상원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올브라이트 이후 미국에선 콘돌리자 라이스, 힐러리 클린턴 등 여성 국무장관이 연이어 나왔다.

체코어·폴란드어·프랑스어·러시아어를 구사했던 올브라이트는 “유럽의 안정이 곧 미국 국익의 핵심”이라는 신조 하에 바르샤바조약기구와의 협력에 힘을 쏟았고, 그 결과 중국이 점차 힘을 키워 나가던 1990년대 후반 미국이 대(對)아시아 정책에 소홀하게 만들었다는 비판도 받는다. 재임 내내 북한의 핵확산에 일관되게 반대해 온 그는 2000년 10월 북·미 공동코뮈니케 발표 과정에서 평양을 찾아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직접 만났지만, 북한의 탄도 미사일 프로그램을 제한하는 협상을 성사시키진 못했다. 퇴임 후 2018년 출간한 저서 ‘파시즘’에선 북한을 “세속적인 ISIS(이슬람 국가의 옛 이름)”로 정의하기도 했다.

장서우 기자 suwu@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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