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와 진지는 15세기에는 각각 ‘뫼’와 ‘진지’로 표기됐으니 꽤나 오래된 말이다. 따로 어원을 밝히기가 어려우니 본래부터 있던 말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밥은 보통 ‘먹다’를 쓰지만, 조상이나 집안의 어른에게 바치는 메나 진지는 ‘들다’ 또는 ‘잡수다’나 ‘자시다’를 쓰고, 더 높이려면 ‘잡수시다’를 쓴다. 이 ‘자시다’가 앞에 나온 말을 부정하기 위해 ‘알아보고 자시고 할 것 없이’와 같이 쓰이기도 하는데, 본뜻에서 꽤나 멀어진 표현법이다.
이에 반해 수라는 ‘탕(湯)’을 뜻하는 몽골어에서 온 것으로 본다. 원의 지배를 받던 무렵에 몽골어 어휘가 여럿 유입됐는데, 그중 하나가 특수한 용법으로 발전한 것으로 보인다. 수라는 ‘잡수다’를 더 높여서 ‘젓수다’를 쓴다. 이것 역시 어원을 따로 밝히기는 어려워 기존의 말을 조금씩 달리해서 쓴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밥, 진지, 수라’는 등급이 있고 ‘먹다, 자시다, 잡수시다, 젓수다’도 등급이 있다. 같은 쌀로 지어도 누가 먹느냐에 따라 그 표현이 달라지는 것이다. 오늘에는 임금이 없으니 수라를 젓술 일도 없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진지 잡수세요’는 ‘식사하세요’로 대체됐다. 몽골어가 궁중의 최고 표현을 차지하듯이 한자어가 최고 등급의 높임 표현이 된 것이다. 이것이 아쉽다면 집 안팎의 어른에게 공손하고도 진지하게 ‘진지 잡수세요’를 써 보는 것도 좋겠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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