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왼쪽) 대통령 당선인이 28일 만찬 회동을 위해 청와대 상춘재로 향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왼쪽) 대통령 당선인이 28일 만찬 회동을 위해 청와대 상춘재로 향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 文·尹 청와대 회동 이후

‘용산 이전’ 文 조건부협조 방침
국무회의 안건 상정도 불발돼
취임맞춘 골든타임은 물건너가
추경·인사 등 구체 논의도 없어

尹, 만찬회동 관련 언급 안해
향후 갈등 재연·증폭될 가능성


신구 권력 간 갈등은 봉합됐지만 통 큰 합의는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전날(28일) 2시간 51분간의 만찬 회동을 통해 권력 교체기 원만한 인수인계의 계기를 만들었지만, 청와대 집무실 이전이나 코로나19 추가경정예산안(추경) 등에 대해 진전된 합의는 이끌어내지 못했다. 윤 당선인 측은 “서로 공감대를 이룬 사안에 대해 원칙을 확인한 만큼 실무협의는 조속히, 긴밀히 추진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향후 신구 권력 간 갈등이 언제든 재연되고 증폭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 당선인은 29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간사단 회의를 주재하면서 전날 문 대통령과의 만찬 회동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靑 집무실 이전’은 여전히 안갯속 = 회동에서 문 대통령이 ‘지금 정부는 정확한 이전 계획에 따른 예산을 면밀히 살펴 협조하겠다’는 취지로 집무실 이전에 대한 입장을 내놓았지만 사실상 5월 10일 취임에 맞춘 ‘골든타임’은 물 건너갔다는 게 인수위의 판단이다. 인수위 관계자는 29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지금으로선 5월 10일 취임 때까지 이전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기류는 보다 강경하다. 사실상 문 대통령의 발언은 원론적 취지의 언급일 뿐, 안보 공백 우려를 이유로 예비비 집행 승인을 미뤘던 입장에서 크게 달라진 게 없다는 것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협조보다는 ‘면밀히 살펴’에 더 방점이 있는 언급으로 보인다”며 “지금 상태에서 예비비를 승인하는 것은 문재인 정부의 자기부정”이라고 밝혔다. 집무실 이전이라는 윤 당선인의 의지에 대해 문 대통령이 원론적 차원에서 찬성했을 뿐, 이전 시점과 세부 계획 등에 대해서는 이견이 여전한 상황이어서 29일 국무회의에 관련 안건이 상정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문재인 정부에서 국무회의 처리도 장담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철희-장제원’ 협의로 미룬 쟁점들 = 회동 후 브리핑을 맡은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코로나19 소상공인 지원에 관한 2차 추가경정예산안의 편성에 대해 “시기나 규모는 구체적으로 얘기 안 했고 추경의 필요성은 두 분이 공감했다”면서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과 제가 실무적으로 그 라인에서 계속 협의해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간 갈등의 핵심으로 알려진 인사권 문제와 관련해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인사를 어떻게 하자’는 얘기는 전혀 없었다”며 ‘이철희-장제원’ 라인에서 협의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권력교체기에 예민한 사항은 모두 이 수석과 장 실장의 실무협의로 미뤄진 셈이 됐다. 장 실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면에 대해서는 아예 언급도 없었다고 밝혔다.

◇가장 긴 회동으로 갈등은 봉합, 독대는 없어 = 역대 대통령과 당선인 간 만남 중 가장 긴 171분간 회동을 통해 양측은 진전된 합의를 끌어내지는 못했다. 대통령과 당선인 간 독대도 이뤄지지 않았고, 추가적인 만남 가능성에 대해서도 긍정적이지만은 않아 결국 양측의 정치적 부담 덜기 수준에 그쳤다는 평도 있다.

그간 대통령과 당선인 간 회동이 주로 청와대 본관에서 이뤄진 데 비해 이날 만찬은 국빈 초청 등에 쓰이는 상춘재에서 이뤄졌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 간 성공을 기원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라며 축하했고, 윤 당선인은 “국정은 축적의 산물”이라고 화답했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
민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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