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선 구청장이 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3선까지 할 수 있었던 건 지지해 준 주민들과 공감하는 것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구청장직을 계속할 순 없지만 주민들이 공감했던 일을 계속 확장할 것이란 약속은 하고 싶다. 주민들의 지지를 받아 지속적으로 우리 지역 사회에, 우리 사회 전체에 아름다운 변화를 추진하겠다.”

지난 2010년 7월부터 서울 서대문구를 이끌고 있는 문석진(사진) 구청장은 퇴임을 앞두고 ‘사랑을 실천하는 정책 감수성이 있는 구청장’으로 평가받고 싶다고 밝혔다. 그가 지난 12년간 가장 애써온 지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는 “모름지기 구청장은 시대가 던지는 의제와 사회가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며 “사회 변화에 대한 정책 감수성이 매우 중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사회 현상에 대한 이해와 공감 능력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현행법상 구청장은 연달아 3선을 한 후에는 자리를 내줘야 한다. 앞으로 문 구청장은 공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다음 ‘장(場)’을 준비할 예정이다.

문 구청장을 가장 잘 드러낸 장면으로는 첫 취임식 때 했던 세족식을 꼽을 수 있다. 문 구청장은 “독립문광장에서 장애인 대표의 발을 씻기는 세족식을 했는데 주민을 끝까지 섬기고 구정을 깨끗하게 하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며 “권한이 권력으로 인식되는 순간 목이 뻣뻣해질 수 있는데 세족식이 스스로의 약속을 지킬 수 있는 이정표가 됐다”고 말했다. 전국 최초 순환형 무(無)장애길로 조성한 총연장 7.74㎞의 안산(鞍山)자락길은 그에게 가장 큰 성취감을 줬던 사업이다. 문 구청장은 “자락길 1차 구간 준공식 때 장애인들과 함께했는데 ‘평생 처음 자신의 힘으로 숲에서 산책을 했다’며 눈물을 흘리는 걸 보고 아예 한 바퀴를 빙 두르자고 결심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기억에 남는 주민 단 한 명을 선정해 달라는 요구에는 문 구청장이 직접 ‘통 큰 엄마’라는 별칭을 붙여준 대한불교 선교종 수도암의 최혜숙 원장을 지목했다. 그는 “최 원장님은 청소년 보호 육성을 위한 장학금과 성품 지원, 학교 밖 청소년 지원 활동을 활발히 펼치는 것은 물론 100가정 보듬기에도 10년간 후원하고 있다”며 “오랜 시간을 변함없는 자세로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닌데, 최 원장님과 같은 분들이 있어서 이웃 사랑의 불씨가 꺼지지 않는 것 같다”고 밝혔다.

민정혜 기자 leaf@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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