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정책 시대 사실상 종료
‘필요한 재정의 역할 수행’ 전환
“실집행 부진사업 대대적 개편
예산의 10∼50% 삭감 조치”
정부가 29일 내놓은 ‘2023년도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지침’은 문재인 정부의 무분별한 확장 재정 시대가 종말을 고했음을 보여준다. 5년간 궤도를 이탈했던 재정 정책이 질서 있게 정상화하는 트랙으로 갈아타고 있다는 의미다.
기획재정부는 내년 예산안 편성 지침을 통해 문재인 정부 재정 정책의 상징적인 용어였던 ‘포용적 선도국가 전환’ ‘적극적 재정운용’ ‘한국판 뉴딜’ 등을 모두 폐기했다. 포용적 선도국가는 현 정부가 무분별한 확장 재정을 합리화하기 위해 올해(2022년) 예산안 편성 지침까지만 해도 포함한 용어였는데, 내년 예산안 편성 지침에는 완전히 사라졌다. 대신 이 자리에 ‘경제·사회 구조 대전환’과 ‘경제 도약, 민생 안정, 미래 투자 등 필요한 재정의 역할 수행’ 등이 들어섰다. 과거처럼 적극적으로 재정을 운용하는 게 아니라, 필요한 곳에만 재정의 역할을 수행하도록 하겠다는 뜻이다. 향후 재정 정책의 기본 틀이 근본적으로 바뀔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내년 예산안 편성 지침의 또 다른 특징은 4대 재정혁신이라는 항목 아래 ‘재정지출 재구조화’와 ‘재량지출 10% 절감’, ‘신규재원 확보 및 재정관리 강화’ 등이 포함됐다는 점이다. 당장 필요하지 않은 예산은 과감하게 쳐내겠다는 뜻이다.
4대 재정혁신 재정지출 재구조화에는 △전략적 지출 조정 △코로나19 한시지출·일몰사업 정상화 △의무지출 제도 개선 △정책금융 이차보전(이자 차액에 대해 보상) 사업 전환 등 굵직굵직한 과제가 대거 포함됐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시행된 각종 재정 확대 정책을 정상화할 뿐만 아니라 의무지출 제도 개선과 정책금융을 이자 차액만 지급하면 되는 이차보전 사업으로 전환하는 등 예산 편성 방식의 근본적인 변화를 모색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올해 예산안 편성 지침에 포함은 돼 있었지만 실제로 지켜지지 않은 재량지출 10% 절감은 올해는 4대 재정혁신의 별도 항목으로 분리됐다. 기재부는 “연례적 이월·불용 등 집행 부진 사업은 최근 실집행 수준을 고려해 예산의 10~50%를 삭감하고, 사업구조 개편 등으로 집행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내년 예산안 편성 과정에서 대대적인 삭감의 ‘칼바람’이 불어닥칠 가능성이 커졌다. 올해 지침에는 없던 ‘재정준칙 제도화 등 중기재정관리’도 명문화됐다. 무분별한 확장 재정 정책으로 망가질 대로 망가진 재정 정책을 정상화하기 위해 현재 국회에 제출된 재정준칙을 조속한 시일 내에 통과시키고, 중기적 시계에서 재정 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관리 방안을 찾겠다는 뜻이다.
이날 국무회의에서는 ‘2022년도 조세지출 기본계획’도 의결됐다. 2021년 국세감면액은 55조9000억 원, 국세감면율은 13.3% 수준으로 추정됐다. 올해 국세감면액은 59조5000억 원으로 국세감면율은 13.9%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조해동 기자 haed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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