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달부터 ㎾h당 6.9원 인상

국제 에너지 인상분 반영하면
2분기 조정단가 ㎾h당 33.8원
분기상한 3원도 반영되지 않아
‘전기료 동결’ 공약도 결정 한몫

한전 작년 사상최대 적자 기록
고유가에 ‘탈원전 후폭풍’ 심화


정부가 29일 기존 결정대로 전력량요금(기준연료비)과 기후환경요금은 올리면서 연료비 조정단가 인상은 유보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4월 전기요금 백지화 공약과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한국전력공사의 부채를 모두 고려한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하지만 소비자는 당장 4월부터 인상된 전기요금 고지서를 받아들게 됐다. 한전은 한전대로 연료비 단가 유지에 따른 실적 악화 부담을 이어가게 됐다. 결국 지난 5년 강행된 탈(脫)원전 정책의 후폭풍이 고유가 시기와 맞물리며 사회적 비용 부담이란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날 한전이 공개한 ‘2022년 4~6월분 전기요금 연료비 조정단가’ 산정내역에 따르면, ‘연료비 연동제’에 따라 국제연료 가격 인상분을 제대로 반영했다면 4~6월 연료비 조정단가는 ㎾h당 33.8원에 달한다.

유연탄, LNG, 벙커C유 등의 가격을 포함한 2분기 실적연료비는 kg당 584.78원(2021년 12월~2022년 2월 평균)으로 기준연료비인 338.87원(2020년 12월 ~2021년 11월 평균) 대비 72.6%나 뛰었기 때문이다.

한전이 연동제에 따른 분기별 조정 상한을 적용해 ㎾h당 3원의 인상안을 정부에 제출했지만, 이마저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전날 “전기요금 문제는 현 정부 결정사항”이라는 입장을 밝히긴 했는데 이번 유보 결정이 윤 당선인의 전기요금 동결 공약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윤 당선인은 대선 기간이던 지난 1월 13일 “4월로 예정된 전기요금 인상계획을 백지화하겠다”며 “코로나19 위기 동안 전기요금 인상을 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정부는 “국민 생활 안정을 도모하고, 기준연료비와 기후환경요금 인상분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동결 이유를 밝혔다.

이날 연료비 조정단가가 0원으로 결정되면서 한전의 실적 악화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한전은 이미 지난해 사상 최대 규모인 5조8601억 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영업손실이 20조 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온다. 한전 내 위기감은 최고조에 달한 상황이다.

한전 관계자는 “발전사에서 사들이는 전력도매가격(SMP)이 kWh당 200원대로,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적자 폭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전이 올해 발행한 회사채는 9조6000억 원 규모로 지난해(10조4300억 원) 전체 발행 규모에 육박한다.

공기업인 한전 부담은 결국 소비자에게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연료비 조정단가가 동결되긴 했지만 기준연료비와 기후환경요금 인상으로 소비자들은 이미 4월부터 전기요금을 더 내야 하는 실정이다. 월평균 307㎾h를 사용하는 4인 가구 기준을 보면 전기요금이 매달 2120원 더 늘어나고 세금과 기금을 포함하면 2410원까지 불어난다. 여기에 정부는 오는 10월 기준연료비의 추가 인상(㎾h당 4.9원)도 예고한 상태다.

박수진 기자 sujininva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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