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우 경희대 중국어학부 교수

러시아는 지난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했고, 북한은 28일 기준 올해 들어 12번의 미사일 시험발사를 했다. 24일에는 ‘화성’급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다. 국제사회는 유엔의 대응을 촉구했다. 지난달 25일 그 단초였던 러시아 침공에 대한 유엔 규탄 결의안은 부결됐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와 중국이 각각 비토하고 기권했기 때문이다. 대북 추가 제재나 언론 규탄마저도 이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런 가운데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 복구 작업이 포착되면서 7차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 때문에 국제사회는 이를 넋 놓고 볼 수밖에 없어 보인다. 북·중·러의 상부상조 관계가 강화되는 가운데 자유민주주의 진영 국가들의 단호한 결의와 결속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해졌다.

가장 큰 이유는 평화의 의미와 가치가 극심한 위험에 처했다는 것이다. 더는 북·중·러 등 몇몇 독재정권이 자유 국제질서의 근간을 무책임하게 뒤흔드는 것을 방관할 수 없는 지경이다. 오늘날 인류가 누리는 평화와 질서는 지대한 대가를 지불한 산물이다. 20세기에 인류가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치른 희생의 대가였다. 이를 통해 얻은 교훈은 두 가지다. 세계 평화의 전제는 주권의 보장과 존중에 있다는 점과, 최선의 평화 유지 수단은 유엔헌장과 국제법 및 국제 제도와 규범 엄수라는 점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국가 주권을 무의미하게 만들었다. 중국이 유엔에서 보여준 행보는, 2017년부터 평화와 질서 문제에서 강조한 유엔의 중요성을 무색하게 한다. 중국은 유엔을 핵심으로 한 국제체제와 국제법을 기반으로 한 국제질서의 수호를 강조해 왔다. 또한, 국제관계를 처리하는 근본 기준이자 국제질서를 안정시키는 중요한 초석으로 유엔헌장의 취지와 원칙을 내세웠다. 중국에 러시아의 침공은 전쟁과 폭력을 반대하는 유엔헌장의 핵심과 무관해 보인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과 핵실험은 유엔의 역할(제재)과 유엔 기구(NPT)를 무력화한다. 중국은 대신 이들을 비호하면서 자가당착에 빠졌다.

문제는, 이들이 자신의 언행을 모순으로 보지 않는 데 있다. 그것은 이들이 추종하는 ‘모순론’ 사상 때문이다. ‘모순론’은 마르크스와 레닌주의의 사상적 근간이다. 이는 사회적 행위의 모순을 모순으로 해결하려는 공산주의의 기본원리다. 이로써 이들은 자신의 모순적인 언행을 합리화·정당화한다. 비록 자신의 언행이 상대국에 모순적으로 보여도 합리화될 수 있는 것은 상대국의 모순 때문이다. 그러므로 ‘모순론’ 신봉자들은 특히 자국의 안위와 안보가 위협을 받으면 타국의 주권·자유·인권·민주주의라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도 무의미화하는 신념을 갖고 있다.

북한·중국·러시아 3국에 우리 국민의 안위는 안중에 없다는 것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 이들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자유민주 진영의 결속과 단합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 정부는 중·러의 반대, 미국의 독자적인 추가 제재 회의론을 이유로 이에 소극적이다. 자유민주 국가이며 유엔 회원국으로서 외교 역량과 지혜 발휘를 거부하는 것은 직무유기다. 새 정부는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 자유 국제질서와 세계 평화 수호에 이바지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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