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극단적 환경’에서의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열어놓고 ‘핵무기 선제공격’까지 포함해 전략적 모호성을 채택해온 기존 핵 정책을 유지한다. 북한을 비롯해 러·중 등 적대국의 안보위협 증가에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미국은 ‘핵무기 선제 불사용(NFU) 원칙’과 적으로부터 핵 공격을 받았을 때 반격수단으로만 핵무기를 사용하는 ‘단일 목적 원칙’ 등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공약을 사실상 폐기했다.
미 국방부는 30일(현지시간) 지난 28일 의회에 제출한 ‘2022 핵태세검토(NPR)·미사일방어검토(MDR)’ 보고서 요약본을 공개했다. 국방부는 보고서에서 “미국 핵무기의 근본적 역할은 미국과 동맹·파트너에 대한 핵 공격을 억지하는 것”이라며 “미국과 동맹·파트너의 핵심이익을 방어하기 위한 극단적 환경에서만 핵 사용을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국방부는 핵무기 사용을 고려할 수 있는 극단적 환경 요건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는 핵무기 선제공격 가능성까지 포함해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온 기존 핵 정책을 유지한 것으로 해석됐다.
앞선 2020년 대선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핵무기를 선제적으로 사용하지 않고 적대국의 핵 공격에 대한 반격수단으로만 사용한다는 내용의 핵 군비통제 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한국을 비롯해 일본, 유럽 등 미국의 핵우산 보호를 받는 동맹에서는 이 정책이 핵전략의 모호성을 약화하고, 북한·중국·러시아 등에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결국 미 행정부는 바이든 대통령의 공약을 뒤집고 핵무기 선제공격은 물론, 적대국의 생화학무기나 재래식 무기 사용 등 심각한 상황일 경우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열어놓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