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덕 일대 원전 백지화 후폭풍

보상금 생활비로 쓴 경우 많아
기한 20일 남았는데 신청 저조
한수원, 환매못한 토지 공매키로
주민들은 주변 땅값 하락 우려


영덕=박천학 기자

경북 영덕군 천지원전 건설사업이 백지화되면서 한국수력원자력이 원전 예정구역 중 우선 매수한 토지를 해당 지주에게 환매하고 있으나 기한을 20여 일 앞두고 신청한 면적이 0.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수원은 환매가 이뤄지지 않는 토지를 무더기 공매하기로 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정책으로 피해를 본 주민들은 주변 땅값 하락을 우려하는 처지에 놓였다. 한수원 역시 공매하면 막대한 손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31일 영덕군과 한수원에 따르면 한수원은 지난해 10월 20일부터 오는 4월 20일까지 6개월 동안 원전 예정구역 가운데 지주들로부터 우선 매수한 토지에 대해 환매를 진행 중이며, 이 기간에 환매하지 못한 토지는 한국자산관리공사를 통해 공매할 계획이다.

하지만 마감을 20여 일 남겨 둔 30일까지 한수원이 419억 원을 들여 우선 매수했던 토지(61만㎡)의 약 0.7%(4270㎡)만 환매 신청이 들어온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2012년 9월 영덕읍 일대 총 324만㎡를 천지원전 예정구역으로 고시했으며, 한수원은 2014년 11월부터 문 대통령의 탈원전 선언 이후 한 달 뒤인 2017년 7월 사이 전체 면적의 18.8%를 우선 매수했다. 한수원이 우선 매수한 토지 지주는 144명으로 전체 원전 예정구역 지주(850명)의 16.9%다. 환매 신청 면적을 고려하면 되사겠다는 지주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이같이 환매 신청이 미미한 것은 지주들이 토지 보상금을 대토(代土) 비용이나 생활비 등으로 대부분 사용했기 때문이다. 또 지주들이 원전 예정구역 지정 이전 시세보다 비싼 가격에 한수원에 토지를 팔아 굳이 다시 살 필요가 없는 것도 이유다. 영덕군 한 부동산중개사는 “한수원이 환매하지 못한 토지를 무더기로 공매하면 현재 시세보다도 낮은 가격에 낙찰될 것이 뻔하다”며 “이는 지역 부동산 전반에 걸쳐 가격 하락을 부추길 가능성이 있으므로 한수원은 공매에 앞서 영덕군 및 주민과 충분히 협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수원 관계자는 “환매 신청이 저조해 난감하다”고 말했다. 한수원은 공매에 나서면 큰 손해가 발생할 것이 우려돼 대책 마련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이유 등으로 영덕군은 천지원전 백지화 당시 예정구역 전체를 정부가 매수해서 미래 먹거리 산업 등 대안 사업 추진을 꾸준히 요구했으나 반영되지 않았다. 문 정부의 탈원전정책으로 한수원 이사회는 2018년 7월 천지원전 예정구역 철회를 신청했으며,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3월 전원개발사업추진위원회를 열어 심의·의결했다.
박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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