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최근 행보를 보면 ‘안보’를 좌우명으로 삼고 살아온 사람 같다. 문 대통령은 지난 21일 갑자기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용산 집무실 이전 계획에 대해 안보를 이유로 제동을 걸었다. 22일에는 국무회의에서 군 통수권자로서의 책무를 강조했다. 24일에는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관련 NSC 회의를 열고 “강력 규탄”했다. 임기 내내 북한 문제에 뜬구름 잡던 문 대통령이기에 임기 말 안보에 의지가 생겼다고 믿는 이들보다 윤 당선인 발목잡기용 행보라고 의심하는 사람이 많을 수밖에 없다. 물론 문 대통령이 최근 상황이 진심으로 우려돼서 안보를 강조하고 나섰을 수도 있다. 문 대통령은 자신의 말대로 ‘국가원수이자 행정 수반, 군 통수권자’이기 때문에 진심을 증명하기는 어렵지 않다. 임기 내내 눈 감아왔던 세 가지 일만 하면 국민 누구도 문 대통령의 최근 안보 발언이 진심이 아니었다고는 하지 못할 것이다.
첫째, 북한의 도발에 대해서는 도발이라고 말해야 한다. 지난해 9월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도발이라는 막돼먹은 평을 하지 말라”고 한 뒤 문 대통령이나 정부 외교·안보 인사들 발언에서 ‘도발’이라는 표현이 사라졌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4일 직접 현장 지휘를 한 ICBM 발사를 규탄하면서도 도발이라는 용어는 쓰지 않았다. 북한의 ICBM은 남침 시 미군의 추가 증원을 막기 위한 위협용으로, 결국 최종 목표는 한국이다. 국가와 국민의 생존을 위협하는 북한의 도발을 도발이라고 말하지도 못하면서 안보를 이야기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둘째, 현재 임시 배치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를 정상 배치하는 것이다. 미국은 매년 한미안보협의회의에서 사드 정상 배치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중국의 경제 보복 위협과 일부 좌파의 주한미군 보호용 무기 논리에 휘둘려 사드 정상 배치 문제를 수년째 방치 중이다. 한국을 지원하기 위해 온 주한미군을 보호하려는 방어용 무기마저 북한 동맹인 중국, 북한 추종세력인 일부 좌파 눈치를 보느라 정식 배치조차 못 하게 하면서 안보를 외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셋째, 한·미 연합훈련을 정상화해야 한다. 2018년 6월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이후 대북 외교를 위해 연합훈련을 축소한 이래 지난 4년간 연대급 이상 연합 기동훈련은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다. 훈련에서 땀 한 방울은 전쟁에서 피 한 방울과 같기에 전·현직 주한미군 사령관들은 지속적으로 연합훈련 재개를 주장해 왔다. 하지만 북한이 비핵화 협상을 깬 뒤에도 대화 가능성을 이유로 미뤄 왔다. 또, 코로나19 확산 때는 미국이 주한미군과의 협력을 위해 한국군에 백신을 우선 공급해줬음에도 연합훈련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코로나19를 이유로 들었지만, 종전선언이 실제 이유로 꼽힌다. 전시작전권 조기 전환을 주장하면서 이처럼 온갖 이유로 연합훈련을 하지 않는 건 자가당착이다.
문 대통령이 퇴임 전 이 3가지만 정상화해도 느닷없는 최근 안보 발언이 새 정부 발목잡기 아닌 진심이라는 증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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