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진짜 궁금해 | 미카 아처 글·그림 | 김난령 옮김 | 나무의말

그림책에서 어린이의 몸과 움직임을 어떻게 표현하는지 살펴보면 창작된 시대의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다. 자유롭게 노는 장면에서 어린이의 몸이 얼어붙어 있을 때 독자는 갑갑해 한다. 그런데 몇십 년 전 교과서 속 어린이의 모습이 그랬다. 두 손을 모으고 대화를 나눈다거나 운동장 바닥에 앉을 때도 무릎을 가지런히 붙인다. 이런 장면에서는 어린이의 활력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삼엄했던 당시의 군사독재 문화 때문인지 노는 것이 아니라 점호 중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서양도 마찬가지다. 어린이를 계몽의 대상으로 이해하던 무렵, 케이트 그린어웨이의 그림을 보면 아이들이 일렬로 나란히 서 있고 친구에게 편지를 줄 때도 우아한 자세를 풀지 않는다. 요즘 어린이들은 이런 그림을 보면 자신을 위한 책이 아니라고 느껴 거리를 둔다.

미카 아처의 그림책 ‘나 진짜 궁금해’에 나오는 어린이들은 자연스럽다. 드러누운 자세, 엎드린 모습, 걷고 뛰는 동작 등에서 우리가 만나는 오늘의 어린이들이 보인다. 이완돼야 하는 시간에는 전신이 부드럽게 소파나 침대에 밀착돼 있다. 다리 위에 서서 물안개 낀 강물을 내려다볼 때는 어깨에서부터 가벼운 떨림이 보인다. “동굴도 입이 있을까?” 살펴보러 기어들어가는 어린이의 턱에서는 강력한 호기심을 읽을 수 있다. 반면 뒤에서 이를 지켜보는 어린이는 조금 더 겁이 많다는 걸 바짝 치켜든 발뒤꿈치에서 알게 된다.

이 책은 어린이의 짤막한 질문을 겹겹의 콜라주로 풍성하게 그려냈다. 질문은 간단해도 어린이의 마음속 세계는 간단하지 않다는 걸 섬세하게 오려 붙인 중첩된 이미지들이 보여준다. 여자 어린이와 남자 어린이는 빨갛고 파란 옷을 입었는데 상의와 하의가 교차돼 둘이 한 팀 같으면서도 독립적 개성을 드러낸다. 옷의 무늬는 바람의 무늬이기도 하고 빗줄기와 나무둥치의 무늬이기도 하다. 우리가 서로 하나라는 것을 이렇게 직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콜라주의 힘이다. 볼수록 해방감이 느껴지는 풍요로운 그림책이다. 40쪽, 1만5000원.

김지은 서울예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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