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문화유산에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이야기를 찾는 최예선 작가는 근대에서 산업시대에 이르는 건축유산, 특히 집에 몰두하고 있다. 근대건축의 현장을 기록한 ‘청춘남녀 백 년 전 세상을 탐하다’ 이후 12년 만에 내놓은 이번 책은 모던 시대 건축물, 집 공간을 통해 당대의 문화와 일상을 디테일하게 살려낸다.
저자가 모던 시대의 집 공간에 주목한 이유는 ‘공존’의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곳엔 우리 전통문화에 모던 중국, 모던 유럽, 모던 일본이 뒤섞이고 절충·변형돼 있다. 장판을 깐 온돌 안방에, 서양식 응접실과 일본식 다다미방이 혼재하는 식이다. 지금의 눈으로 보면 경계를 그을 수 있지만 그 당시로선 매우 자연스러운 장면이다. 의식주, 대중문화는 물론 언어에서 세계에 대한 인식까지 급변하는 시절, 살아가는 공간에 삶의 변화가 치고 들어오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모던 건축의 특징인 ‘혼종의 문화’를 모던 정원, 벽돌집, 북촌 한옥, 모던 가구 등을 키워드로 디테일하게 살펴보며 그 공간 안에서 살았던 사람들의 일상을 복원해 낸다. 이태준이 애지중지 꽃나무를 키우던 성북동의 수연산방, 가장 오래된 근대 벽돌 건물인 번사창, 한옥과 양식의 절묘한 만남이 돋보이는 선교가들의 집, 근대 벽돌 건축의 최고인 명동성당 등 직접 발로 현장을 찾아가 이야기를 풀어낸다. 책 부제처럼 저자는 이 같은 혼종의 모던 건축을 최근 트렌드인 레트로의 기원으로 꼽는다. 모던 건축을 통해 시간을 넘나드는 책에는 사진이 풍부하게 수록돼 있다. 384쪽, 2만8000원.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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