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호 논설고문

‘두루 헤아리며, 깊은 생각에 잠기는 시간 ’. 국보인 금동반가사유상(金銅半跏思惟像) 2점을 상설 전시하는 국립중앙박물관 ‘사유의 방’ 입구 벽에 걸린 글귀다. 진입로가 ‘어둠’을 통과하도록 그 방을 설계한 건축가 최욱(59)은 별명이 수도승(修道僧)이다. 그는 “완벽한 조각인 두 반가사유상이 글로벌 슈퍼스타가 되려면, 한국 젊은 세대부터 즐겨야 한다. 고루한 전통이 아니라, 그들의 감수성을 훅 파고들 수 있는 ‘쿨’한 전통이 뭘까를 고심했다”고 한다. “서양의 대표적 시각 체계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에 적용된 일점투시(一點透視) 원근법이다. ‘사유의 방’에선 그걸 깨고 싶었다”고 했다. 두 불상(佛像)의 시선을 틀어지게 배치해,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른 느낌이 들게 했다. 경북 경주 불국사에 나란히 선 다보탑·석가탑의 감성도 옮겨 담았다.

그는 “한국 건축미는 건물·정원·담장이 각기 개성을 가진 채 섞여, 독창적 아름다움의 경쟁력을 지닌다. 계산된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나오는 병치(竝置)의 아름다움이다”라고 한다. 소박한 한옥 마당의 크기로 구상한 ‘사유의 방’ 길이를 24m로 만든 이유는 이렇게 말했다. “어린 시절에 소극장 연극을 본 기억이 났다. 맨눈으로 관객이 배우를 또렷하게 볼 수 있는 거리이다.” ‘시간이 멈춘 곳에서 머금고 있는 너그럽고 오묘한 천 년의 미소’를 띤 반가사유상을 보며 젖어드는 생각이나 느낌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우주에 나 홀로 있다는 메시지 같아 쓸쓸함과 허전함을 느낀다’는 사람도 있다. 최욱은 “그럴 수도 있다. 스스로 느끼고, 대화하는 공간이다. 그것이 종교에서 추구하는 본질일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두 반가사유상도, 그 방도 모두 고요 속에서 생명의 힘과 예술의 살아 숨 쉬는 가치를 가슴 가득 더 깊고, 크게 느끼게 해준다.

‘거미는 자연의 건축가’라고 믿는 그는 거미줄에서 창작의 영감(靈感)을 얻는다고 한다. 그런 그가 “가장 좋은 공간은 눈을 감았을 때 기분 좋은 곳”이라고 하는 이유도, ‘사유의 방’에 가면 누구든지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모닥불도, 피운 장작의 각도에 따라 불꽃 모양이 달라진다. 인간이 삶을 대하는 태도도 조금만 달라지면, 인생의 빛깔이 달라진다”고 말하는 취지에도 고개를 끄덕이게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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