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기업 자문료 1조2000억원
민간기업의 ‘국정개입’ 논란도
경쟁자 르펜 등 佛내 비판 확산


대선을 열흘 앞둔 상황에서 무난한 재선 가능성이 점쳐지던 에마뉘엘 마크롱(사진) 프랑스 대통령의 앞길에 빨간불이 켜졌다. 마크롱 정부가 미국 컨설팅 회사 맥킨지 등 민간 기업에 자문료 명목으로 지출한 비용이 필요 이상으로 많았다는, 이른바 ‘맥킨지 게이트’가 불거진 것이다.

지난 3월 31일 프랑스24 등에 따르면 프랑스 상원 조사위원회는 정부가 코로나19 백신 접종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자문을 얻기 위해 고용한 민간 기업에 지불한 비용이 지난해 8억9390만 유로(약 1조2000억 원)로, 마크롱 대통령 집권 첫해였던 2018년(3억7910만 유로)에 비해 2배 이상으로 급증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이달 초 발표했다. 야당 주도로 4개월간의 조사를 거쳐 공개된 380쪽 분량의 보고서에는 마크롱 정부 출범 이후 연금 개혁부터 디지털 전환에 이르기까지 주요 정책 분야에서 민간 기업과의 조달 계약이 대폭 늘었다는 지적이 담겼다. 설상가상으로 계약 당사자 중 하나로 거론된 맥킨지가 2020년 기준 프랑스에서 600여 명의 직원을 두고 3억2900만 유로의 매출을 올렸음에도 최소 10년간 법인세를 단 한 차례도 납부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공공 서비스의 우수성에 대한 신뢰도가 높고, 민간 기업의 국정 개입에 부정적 여론이 다수인 프랑스에서 이 사건은 대선 판도를 좌우할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투자은행 로스차일드 출신으로 임기 내내 감세, 규제 완화 등 기업 친화적 정책을 펴며 ‘부자들의 대통령’ 이미지를 쌓아 온 마크롱 대통령의 약점을 건드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SNS상에는 이를 비판하는 해시태그 ‘#McKinseyGate’가 확산했고, 마린 르펜 국민연합(RN) 대표 등 경쟁자들은 이번 사건을 “국가적 스캔들”이라며 비난하고 나섰다. 이에 마크롱 대통령은 직접 “공공 조달에 관한 규칙은 엄격히 준수됐다”고 밝혔고, 아멜리 드 몽샬랭 공공행정부 장관과 올리비에 뒤솝트 예산장관도 기자회견을 자청해 “우리는 숨길 것이 없다”며 해명하고 나섰지만 논란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는 모양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르펜 대표의 지지율은 47%로 53%를 얻은 마크롱 대통령을 바짝 뒤쫓았으며, 이 격차는 두 사람이 맞붙었던 2017년 대선 때보다 훨씬 좁혀진 수준이다.

장서우 기자 suwu@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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