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정가·체육계 “야구장 신축 반대 아닌데 허구연 망언에 분노, 연고지 이전 거론은 대전시민 핫바지로 보는 것”반발, 일부에선 총재직 사퇴요구까지
대전=김창희 기자
대전 유일의 종합경기장이지만 야구장(베이스볼드림파크) 신축으로 헐릴 예정인 한밭종합운동장의 존치 문제를 놓고 대전 지방선거 후보자들의 논란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허구연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가 지역 정치권의 야구장 신축계획 변경 논의를 ‘구단에 대한 갑질’로 단정하고 연고 구단 이전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파장이 커지고 있다.
1일 대전시와 지역 정가에 따르면 허 총재는 지난달 29일 취임 기자회견에서 대전 시장 후보자들의 베이스볼 드림파크 계획 변경 논의와 관련, “지방자치단체에서 (대전을 연고로 한 한화이글스) 구단에 갑질을 하면서 소중함을 모른다면 떠나야 한다. 떠나봐야 느낀다”며 “구단이 떠나면 팬들이 얼마나 화를 내는지, 정치권이 얼마나 타격을 입게 되는지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총재 권한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다할 것, 총재의 권한을 사용해서 (한화이글스가) 떠나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허 총재의 발언은 현재 대전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제기하고 있는 종합운동장 철거 백지화가 야구장 신축 지연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해 작정한 발언으로 보인다. 이번 4월 종합운동장을 철거 후 야구장 신축 기공식을 계획중인 허태정 대전시장 입장에서는 천군만마와 같은 지원을 받은 셈이다. 허 시장은 타 시장 후보들의 공세를 “소모적인 정치공세”로 규정한 바 있다. 허 시장은 종합운동장을 철거하더라도 2027년 충청권 하계 유니버시아드 유치 등과 연계해 대전 서남부권 스포츠타운을 건설해 대체 운동장을 확보하겠다는 입장이다.
허 총재의 발언에 대해 일부 야구팬들은 호응하고 있다. 이들은 “종합운동장을 빨리 철거해 야구장을 빨리 신축해야 한다, 이러다 청주,울산 등으로 한화이글스를 빼앗길 수도 있다”고 허 총재 발언을 옹호하고 있다.
반면 지역 스포츠계에서는 대안도 없이 대전 유일 종합경기장을 철거하면 야구 이외 다른 종목이 피해를 받게 된다며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허 총재의 연고지 이전 불사 발언 등은 선을 넘은 망언이자 협박으로 대전시민을 무시하는 것이라는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한밭종합운동장은 대전 유일의 메인스타디움 형태의 종합경기장으로 대체 경기장은 6000억 원이 소요되는 데다 해당 부지의 그린벨트 해제 여부도 명확하지 않아 무작정 철거는 각종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박성효, 이장우, 장동혁 후보 등 국민의힘 소속 시장 후보들은 물론 허 시장과 같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장종태 전 서구청장과 박용갑 중구청장도 종합운동장 철거에 반대하고 있다.
이들은 “야구장 신축은 하되 한밭종합운동장 철거에 반대하는 것”이라며 “주변 주택가를 추가 매입하면 운동장 철거 없이 야구장을 신설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대전의 현안 이슈에 대해 지방선거 주자들이 대안을 제시하고 정책 경쟁을 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인데 ‘야구 제일주의자’의 시각으로 연고구단을 빼가 본때를 보여주겠다는 허 총재의 태도가 오히려 지나친 ‘시정 개입’”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프로축구 대전시티즌 사장을 역임한 김세환 한밭대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 글을 통해 “허구연의 망언에 분노의 눈물을 흘렸다. 대전시민을 핫바지로 보는 듯 한화 이글스 연고지 이전을 감히 거론했다”며 “정치가 스포츠를 이용하던 시대는 지났다. 그렇다고 스포츠가 정치를 겁박하는 시대가 온 건 아니고 그래서도 안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신축 야구장 건설에 반대하는 대전시민은 없다. 과정과 방법론에 대한 이견과 주장이 있을 뿐”이라며 “허구연 총재는 시민들께 사죄하고, 총재직에서 사퇴하길 주장한다”고 덧붙였다.
허태정 시장 조차 한화이글스 구단의 연고지 이전에는 선을 긋고 나섰다. 그는 “허 총재는 그간 야구장 건립에 많은 공을 들여오신 분인데 정치권에서 쟁점화하다 보니 이 부분에 대한 실망감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며 “한화이글스가 대전 연고지를 떠나는 일이 있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한편 대전시는 현재 노후한 한밭야구장 대신 2만석 이상 규모의 새 야구장을 한밭야구장 바로 옆 한밭종합운동장을 허문 터에 짓기로 확정하고, 이달 중 철거에 들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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