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드라마는 40대 신사 ‘이영국’(지현우)과 20대 흙수저 아가씨 ‘박단단’(이세희) 로맨스다. 1회 시청률 22.7%(닐슨코리아 전국기준)로 시작, 마지막 52회는 36.8%를 찍었다. 애초 이세희는 단단 사촌동생 ‘강미림’(김이경) 역으로 오디션을 봤다. 어머니가 유일하게 보는 게 주말극이라며 “연기 시작했을 때부터 ‘세희야 언제 주말 드라마 하니?’라고 물었다. 딸이 주인공이 돼 엄마도 믿기지 않았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1%도 기대하지 않았다. 집 가는 길에 ‘두 번째 오디션도 보러 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몇 시간 후 극본을 받았는데 단단이 대사였다. 오히려 안 될 거라고 확신해 아쉬운 마음없이 갔다. 아르바이트 경험을 살려 단단이와 씩씩하고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비슷하다고 어필했다. 강아지랑 산책할 때 (소속사) 대표님이 전화로 합격 소식을 알려줬다. 너무 충격적이라서 순간 뇌가 멈추는 느낌이 들었고 눈물도 핑 돌았다.”
단단은 영국과의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했다. 지치지 않고 특유의 밝고 긍정적인 성격으로 헤쳐 나갔다. 하지만 영국이 두 번이나 기억상실에 걸리는 등 답답한 전개가 이어졌다. 이세희는 “단단이 입장에서 그 상황이 유쾌하지 않았다”며 “빨리 (영국과) 잘 되고 싶은데 기억을 하지 못하니 답답할 수밖에 없었다. 단단이가 늘 ‘회장님은 그 여자랑 안 될 거에요. 저를 좋아하니까요’라고 하지 않았느냐. 믿음이 있어서 잘 버틸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단단이는 진짜 굳세다”면서 “안타까운 상황이 많았지만 드라마에서 갈등, 고난은 필수요소니까. 해피엔딩으로 가기 위한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영국은 사별로 부인을 잃었다. 딸 ‘재니’(최명빈)와 ‘세찬’(유준서) ‘세종’(서우진)을 홀로 키웠다. 단단과 나이 차도 열네살이나 났다. 실제라면 아이 셋 있는 남자와 연애·결혼을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했다. “이세희는 단단하지 않고 물렁하다”면서 “어려운 길을 가지 않는다”며 웃었다. “아이들이 우는 연기를 어쩜 그렇게 잘하는지···. 다들 똑똑해서 엄마가 극본을 보고 상황을 설명하면 다 알아듣고 연기도 잘 했다”며 “기운 받아서 연기했다”고 덧붙였다.
주말극은 ‘선배들과 호흡하며 배울 수 있다’는 장점이 크다. 김영옥(85)을 비롯해 차화연(61), 오현경(52), 이일화(51), 김가연(50), 박하나(37), 윤진이(32) 등과 연기하며 막내 역할을 톡톡히 했다. “KBS 드라마가 잘 될 수 밖에 없는 게 대기실을 같이 썼다. 남·녀로만 나눴다”며 “처음에는 걱정을 많이 했는데, 같은 공간에 있다보면 친해질 수 밖에 없다. 김영옥 선배부터 엄청 쿨하고, 차화연 선배도 마음을 많이 열어줬다. 김가연 선배는 요리를 잘하지 않느냐. 코로나19로 같이 밥을 잘 못 먹으니 소분해서 갖다 줬다. 여배우들끼리는 집 주소도 알 정도로 교류를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이세희는 지난해 연기대상에서 신인상을 거머쥐었다. 지현우(38)와 함께 베스트커플상도 받았다. “부족한 게 많아서 ‘내가 받아도 되나?’ 싶어 민망한 기분이 들었다”면서도 “정말 좋았다. 더 열심히 하라고 준 것”이라고 짚었다. 지현우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잊지 않았다. “내가 신인이고 알려진 게 전혀 없는데도 불구하고 ‘편하게 연기하라’고 했다. 신인이니까 한 번 더 가고 싶어도 못 가는 경우가 있는데 배려해줬다”며 “서로 ‘회장님’ ‘박선생’이라고 불렀다. 초반에 ‘앞으로 회장님이라고 하면 딱밤 맞는다’하고 하는 신이 있었다. 실제로 오빠라고 못 하겠더라”면서 웃었다.
1년 가까이 주말극을 이끌며 힘든 점도 많았다. 카메라 위치를 파악하고, 맞춘 동선에 따라 연기해야 하는데 적응하기 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동선을 신경쓰면 감정에 집중이 안 된다. 카메라 셋을 동시에 돌리는데, 쭉 연결해서 찍는 게 아니라 뜰 때도 많았다. 감정을 연결하는 게 제일 힘들었다”며 “이렇게 긴 호흡의 작품은 처음이라서 상대방과 감정을 깊이있게 교류하는 법을 배웠다”고 털어놨다.
특히 신사와 아가씨 OST인 임영웅의 ‘사랑은 늘 도망가’는 시청자 몰입도를 높이는 데 한 몫 했다. 이세희 역시 OST 중 이 곡을 가장 좋아한다며 “임영웅씨가 구원투수였다. 주말드라마는 길어서 OST를 바꾸기도 하는데 쭉 나왔다. 천군만마를 얻은 느낌이었다”고 돌아봤다. “‘감정 더 할까 말까?’ 고민할 때도 ‘나머지 20%는 임영웅 OST 믿고 간다’고 했다”며 “믿고 듣는 임영웅씨였다. 다시 한 번 감사하다”고 했다.
이세희는 2015년 나윤권 뮤직비디오 ‘364일의 꿈’으로 데뷔했다. ‘시네마틱드라마 SF8-하얀까마귀’(2020) ‘라이브온’(2020~2021)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2021) 등에서 연기력을 쌓았다. 어릴 때부터 막연히 배우를 꿈 꿨지만, 집안 환경이 좋지 않아 ‘경제적으로 빨리 도움이 되자’고 마음 먹었다. 대학에서 치위생학을 전공했고, 스물네살 때 뒤늦게 연기자 길에 들어섰다.
“어느 날 (치위생) 실습을 마치고 집에 와서 불 꺼진 천장을 봤다. 월요일이 아니라 주말만 기다리고 있더라. 내가 원하는 일을 하고 싶었다. 엄마가 ‘해. 네 인생이잖아’라며 툭 내뱉었는데, 나중에 가족 핑계 대면서 못한 걸 ‘후회하지 말자’고 마음 먹었다. 치위생 면허도 다 따 놓은 상태였고 그 때도 적은 나이가 아니었다. 남들보다 늦게 시작해 앞만 볼 수 있었다. 천안에서 서울로 올라와 길거리 캐스팅이 됐고, 신생회사 연습생으로 들어가 연기 수업을 받았다. 운이 좋았다.”
배우 원진아(31)와 천안여고 댄스동아리 동문이다. 원진아 역시 연기를 전공하지 않았고, 뒤늦게 데뷔해 주목 받는 등 공통점이 많다. “언니가 한 학년 선배였는데 워낙 예뻤다. 데뷔 후 오디션장에서 한 번 마주친 적이 있다. 신사와 아가씨 한다고 하니 ‘너무 잘 됐다’고 축하해줬다. 이제 시작이라서 열린 마음이다. 기회가 주어지면 뭐든 하고 싶다. 배우로서 목표를 세운 건 없는데, 내가 연기하면서 느낀 감정을 시청자도 똑같이 느낄 때 짜릿하고 뿌듯하더라. 단단이처럼 결혼할 생각은 없냐고? 전혀 없다. 이제 일 해야지. 어딜 감히···. 회사가 듣고 있다(웃음).”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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