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민의 정치카페 - 이재명·안철수의 길

李·安, ‘싱크로율 99%’ 정치 행보 구상… 정치적 라이벌이자 다당제 정치개혁 파트너로 경쟁 가능성
각각 ‘친문, 윤핵관’ 기득권과의 대결서 승리해야 대선 재도전 길 열려…혁신과제 실천이 성패 가를듯


이재명과 안철수. 윤석열과 함께 대선 3자 구도를 형성했던 두 사람이 중앙 정치무대 복귀를 준비 중이다.

약 한 달 전 대통령선거에서 변방의 투사 이재명은 중앙의 평정을 꿈꿨고, 소수파 수장 안철수는 메이저 무대에서의 반전을 도모했다. 비주류 출신 두 사람은 다시금 중원의 장악을 노린다. 이들은 ‘여의도 입성-당 중앙 장악-세력 확장’을 기획한다는 점에서 향후 ‘싱크로율 99%’의 정치 행보를 보인다. 탄착점은 2027년 대선이다. 둘은 왜, 그리고 어떻게 중앙무대로 직진할까.

◇주류 교체의 꿈

정치 세계에서 도전자는 늘 ‘주류세력 교체’라는 과제 앞에 서게 된다. 김영삼은 1990년 3당 합당을 결행해 거대 보수정당의 비주류로 출발했지만 주류세력 교체를 꾀해 끝내 권력을 잡았다. 진보 진영의 비주류를 대표하던 노무현도 주류와 경쟁해 대선 후보가 됐고 정몽준 보수세력과 단일화해 정치 교체를 일궈냈다.

이재명과 안철수도 당 장악과 주류 교체라는 과제 앞에 섰다. 이재명은 친문(친문재인) 기득권과 싸워야 할 운명에 처했다. 첫 관문은 6월 지방선거다. 이재명은 이미 막후에서 서울시장에 송영길, 경기지사에 김동연을 지원한다는 ‘보이지 않는 손’ 논란을 부르고 있다.

친명(친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는 지난 3월 29일 은해사로 내려가 송영길을 만나 ‘서울시장 출마’ 의사를 확인했다. 이재명의 뜻을 전한 것으로 해석됐다. 친명 그룹은 김동연의 경기지사 출마에도 적극적이다. 수도권 출신의 중진 의원은 “김동연은 대선 후보 단일화 때 이미 이재명에게 경기지사 출마 의지를 피력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인구 절반을 차지하는 수도권 광역단체장 출마자를 조율하는 작업은 이재명의 전당대회(8월) 대응 및 이후 일련의 주류세력 교체 작업과 긴밀히 관련된 것으로 분석된다.

정치권 진입 이후 대부분 시간을 소수 정당의 리더로 지낸 안철수 또한 국민의힘과 합당이 마무리되면 주류 보수와의 패권 경쟁이 불가피해졌다. 대선에 재도전하려면 ‘윤핵관’과의 대결도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이다.

안철수가 과연 거대 여당에서 리더십을 확보할 수 있을까. 그의 지도력과 관련된 에피소드 하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에 임명된 안철수가 지난달 18일 당선인 쪽 추천이 다수인 인수위원들에게 둘러싸여 첫 대면식을 했다. 비공개회의가 시작되자 그가 입을 열었다. “누구든 제대로 하지 않으면 인수위원직에서 해촉하겠습니다.” 한 참석자는 “예상치 못한 경고에 잠시 숨소리가 멎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조직의 ‘군기’가 잡히는 순간이었다.

◇이재명의 와신상담

이재명은 3·9 대선 후 집 밖에 나오질 않았다. 대선 1주일 뒤인 3월 16일 불의의 사고로 숨진 여성위원장을 조문하기 위해 빈소를 찾았던 게 유일한 외부 활동이었다. 스스로 집에서 ‘자가격리’를 하면서 와신상담 중이다.

그의 구상은 빠른 시간에 국회에 진출해 당을 장악하고 주류세력을 교체하는 것으로 축약된다. 측근들은 ‘6월 국회의원 재·보선 출마-8월 전당대회 당권 도전-2024년 총선 지휘-2027년 대선 도전’의 로드맵을 권유하고 있다.

측근들이 이재명에게 조기 국회 진출을 권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당내 세력 확대 필요성, 둘은 사법 리스크 보호막 필요성. 한 핵심 관계자는 “이재명은 사법 리스크에 대단히 민감한 상황”이라면서 “본인은 몹시 억울해하지만 대장동 이슈가 자신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점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명은 ‘대장동 특검’이 역풍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해 당 지도부에 신중한 처리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이재명에게 국회 진출과 당권 장악은 불변의 목표인 것으로 보인다. 한 핵심 인사는 “(이재명은) 진보 정치권 내 주류세력을 교체하지 않으면 민주당에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명은 ‘생애 첫’ 국회 입성을 현실화시키기 위해, 가장 빨리 닥치게 될 국회의원 보선에 나서는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 중이다. 이 경우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 광역단체장 출마에 따라 공석이 될 선거구가 과녁이 된다.

◇안철수의 도전 과제

안철수는 스스로 윤석열 정부 초대 총리직을 포기했다. “행정직 경험이 없다”면서 행정부 참여 의욕을 드러낸 일이 있던 그는 40여 일의 인수위원장직 수행으로 국정 경험을 마무리하고 여의도 재입성을 당면 목표로 삼았다.

안철수의 정치 로드맵은 3단계로 구성돼 있다. 1단계는 합당과 지방선거 지원·승리를 통한 ‘당세 확장’, 2단계는 국회 재진입과 당권 도전(내년 8월) 등을 통한 ‘주류 교체’, 3단계는 2024년 총선 지휘와 2027년 대선 도전을 통한 ‘정치 교체’.

그의 로드맵 전반을 관통하는 콘셉트는 ‘세력화’다. 한국의 권력구조와 정치 풍토 아래 선거일이 가까워질수록 ‘표심 양극화’로 소수 정당의 설움을 한껏 경험한 그에게 거대 정당 합류는 외연 확장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그는 당세 확장-당권 획득-주류세력 교체의 경로를 거칠 것으로 관측된다.

안철수는 윤석열과 대선 1주일 전인 3월 2일 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 마지막 TV토론을 마친 후 단일화 담판을 벌였다. 안철수에 따르면 그 자리에서 두 사람은 “실용적이고 중도적인 정당을 만들자”는 데 전격 합의했다.

합당이 마무리되면 안철수는 중앙선거대책위원장으로 6월 지방선거를 지휘할 가능성이 크다. 안철수는 거기서 첫 정치 성적표를 받게 될 것이다. 안철수의 앞날엔 숱한 도전 과제가 있다. 국회의원 보선, 내년 8월 전당대회, 22대 총선, 21대 대선이 줄줄이 그의 도전을 기다리고 있다.

◇정치 혁신과 ‘이성의 간지’

이재명과 안철수의 중앙무대 직진 전략은 세력 확장을 통한 비주류 청산과 주류로의 탈각이 절실하다는 판단에서 비롯됐다. 정치를 성공으로 이끄는 힘은 혁신이다. 리더 간 우열은 혁신에서 판가름난다. 성공의 비밀은 누가 더 정치개혁과 정치발전의 대안을 갖고 유권자에 어필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이재명은 대선 전, 다당제 환경 조성을 위한 정치개혁안 당론 확정을 밀어붙였다. 안철수는 정치개혁 구현을 위해 거대 정당과의 합당을 택했다. 마치 ‘이성의 간지(奸智)’와도 같이, 노선과 색깔이 다른 두 사람이 정치개혁을 놓고 때론 라이벌로, 때론 파트너로 대결과 협력을 벌이는 상황이 올 수도 있겠다.

전임기자·행정학 박사


■ 세줄 요약

주류 교체의 꿈 : 정치 세계에서 도전자는 늘 ‘주류세력 교체’라는 과제 앞에 섬. 윤석열과 대선 3자 구도를 만들었던 이재명과 안철수 두 정치인도 주류 교체라는 꿈을 안고 다시금 중앙 정치무대 복귀를 준비 중.

이재명·안철수의 길 : 李와 安은 ‘여의도 입성-당 중앙 장악-세력 확장’을 기획한다는 점에서 ‘싱크로율 99%’의 정치 행보를 보임. 李는 친문 기득권과, 安은 윤핵관과의 대결서 이겨야 대선 재도전 길이 열림.

성공의 동력은 정치 혁신 : 정치를 성공으로 이끄는 힘은 혁신. 성공의 비밀은 누가 더 혁신의 대안을 갖고 유권자를 설득할 것이냐임. 두 사람이 정치개혁의 라이벌이자 파트너로 경쟁과 협력을 벌일 가능성 있음.

■ 용어 설명

‘3당 합당’은 노태우의 민주정의당, 김영삼의 통일민주당, 김종필의 신민주공화당이 1990년 민주자유당을 창당한 것을 말함. 김영삼은 거대 보수당의 소수파 수장이 됐지만 결국 대권을 거머쥠.

‘이성의 간지’는 이성(보편 이념)이 자기 목적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동원하는 방법론. 간지(奸智)는 독일어로 ‘list’, 영어로 ‘trick’임. 헤겔의 저서에 처음 등장한 후 역사 해석의 주요 개념이 됨.
허민

허민 전임기자

문화일보 / 전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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