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패배한 이유로 집값 폭등, 내로남불, 인사 실패 등이 거론되지만,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간 끝없는 갈등에서 찾는 분석도 있다. 윤 전 총장이 야권 대선 후보로 출마하도록 추 전 장관이 명분을 제공해줬기 때문이다. 보수정권 적폐 수사로 여권에서 환호했던 윤 전 총장이 2019년 8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비리와 울산시장선거 개입 수사 등 ‘살아있는 권력’을 겨냥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추 전 장관은 2020년 1월 부임하자마자 첫 검찰 간부 인사에서 ‘윤석열 사단’을 대거 좌천시켰다. 채널A 사건과 윤 총장 가족 의혹 사건 등에 대한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박탈하더니 급기야 친정부 성향 간부들과 합세해 판사 성향 분석 문건 등을 빌미로 윤 총장 직무 배제 및 징계를 추진하며 극한 갈등을 일으켰다. 검찰 내부는 정권과의 친소 관계에 따라 갈가리 찢어지고 대립했다.
2021년 1월 추 전 장관이 물러나고 또 다른 여당 의원 출신인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등판해 검찰과의 싸움을 이어갔다. 박 장관은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 교사 의혹 사건에 대한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뺏었다. 여권은 부패·공직자·경제 등 6대 범죄로 검찰 수사권을 축소한 것도 모자라 아예 수사권을 기소권과 분리하는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 박탈)으로 윤 당선인을 압박했다. 두 달 뒤 윤 당선인은 공정과 상식, 법치 확립을 내세우며 야당 정치인으로 변신했다. 돌이켜 보면, 문재인 대통령이 1년여 추-윤 갈등 시기 중재에 나서지도, 추 전 장관을 교체하지도 않은 것은 추 전 장관과의 ‘이심전심’ 때문이었던 것 같다. 이번 대선 실패를 복기해야 할 여권으로서는 땅을 칠 대목일 것이다.
5년 만에 민주당은 정권을 내줬지만, 정치인 법무부 장관의 탈선은 멈추지 않았다. 대장동 특혜 의혹 사건의 핵심은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재명 전 후보의 개입 여부다. 그런데 박 장관은 민주당이 대선 직전 윤 당선인과 가족 의혹 대상 특검법을 발의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상설특검 발동 검토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박 장관은 채널A 사건에 연루된 윤 당선인의 최측근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무혐의 처분을 막을 의도로 김오수 현 총장이 수사지휘권을 갖도록 지휘권을 복원시키려다 보류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당으로 복귀해 원내대표 등 유력 정치인으로 도약을 꿈꾸는 박 장관이 강성 친문 지지층을 의식한 행보로 볼 수밖에 없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다음 주에 차기 정부 장관들 인선을 발표한다고 한다. 윤 당선인이 그동안 검찰을 통제해온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없애기로 한 이상 차기 법무부 장관은 법무행정의 전문성과 함께 검찰 수사 및 인사 등에서 정치적 중립과 독립성을 확실하게 보장해줄 수 있는 인물을 선택해야 한다. 문 정부를 반면교사로 삼아 편향성이 큰 정치인들은 배제하는 게 마땅하다. 문 정부와 달리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는 검찰 출신 법무부 장관 일색이었는데, ‘초록은 동색’이라는 점에서 검찰 독립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증명된 바 있다. 그런 면에서 참신하고 중립적이며 대쪽 같은 이미지의 재야 법조인을 영입하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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