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개막한 뮤지컬 ‘아몬드’. 베스트셀러 소설이 원작이라 더욱 기대를 모았다. 라이브㈜ 제공
지난 2일 개막한 뮤지컬 ‘아몬드’. 베스트셀러 소설이 원작이라 더욱 기대를 모았다. 라이브㈜ 제공
■ 뮤지컬 ‘아몬드’

소설 원작 4년 작업 끝 개막
일단 합격점 … 향후 더 기대


국내 창작 뮤지컬에서 원작의 힘이 무대까지 발휘되는 일은 별로 없다. 주목은 받을지 몰라도 유명세가 흥행을 보장하진 않으니까. 오히려 더 엄격하고 냉혹한 심사대 위에 올려질 뿐. 그러니 국내에서만 90만 부가 팔리고, 세계 20개국에서 출간된 손원평 작가의 소설 ‘아몬드’(창비)를 무대화하는 일은 창작자에게 몇 배로 부담이었을 것이다. 책과 무대 사이는 멀고, 즐기는 사람도 다르다. 무얼 더하고 무얼 빼야할까. 4년간의 창작 과정 끝에 탄생한 뮤지컬 ‘아몬드’가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아티움에서 개막했다. 아직 어색하고 다듬을 부분이 꽤 있으나, 일단은 합격점. ‘성장과 공감’이라는 주제가 잘 드러났고 전개가 빠른 소설처럼 장면 전환도 속도감 있게 이뤄져 2시간 40분에 이르는 긴 공연이 지루하지 않았다.

줄거리는 소설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아몬드’라 불리는 뇌 속 편도체가 작아 기쁨도 슬픔도 느끼지 못하는 소년 윤재가 어떻게 감정을 공부하고, 사람들과 소통하게 되는지 그 성장 과정을 담았다. 무대는 윤재의 독백으로 시작한다. 남들과는 다른 자신이 언제부터 ‘괴물’로 불리게 됐는지 기억을 더듬고, 인생의 희로애락을 가르쳐주기 위해 노력했던 엄마와 할머니의 모습이 지나가고, 그들에게 닥친 불의의 사고로 윤재가 가족을 벗어나 새로운 환경, 새로운 사람들과 마주하게 될 때까지 열심히 달려간다. 본격적인 갈등은 윤재가 또래 ‘곤이’를 만나면서부터. 윤재와 정반대의 성격, 즉 풍부한 감정과 감성을 지니고 하루에도 몇 번씩 울고 웃고 화내는 곤이는 할머니가 죽고 엄마가 병원에 누워있어도 ‘멀쩡히’ 학교에 다니는 윤재가 못마땅하다. 그리고 울고 웃고 화내는 것도 ‘학습’으로 아는 윤재는 곤이가 대체 왜 그러는지 몰라 고민한다. 지난 5일 무대에서 특히 윤재(문태유)와 곤이(이해준)의 호흡이 좋았다. 서로 너무 다르고 갈등의 골이 깊었던 두 사람이 결국 서로의 ‘다름’으로 변화하는 순간을 자연스럽게 연기했다. 그러니까 윤재는 윤재답게, 곤이는 곤이답게. 대척점에 있던 두 사람이 같은 곳을 향하는 과정을 보며 타인을 이해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또 얼마나 귀한 일인지를 되돌아보게 된다.

같은 작품도 매일 달라지는 게 뮤지컬이라는 공연예술이다. 배우뿐만 아니라 그날의 관객에 따라서도 변화한다. 그러니, 앞으로 완성해 갈 ‘아몬드’가 기대된다. 다만, 귀에 콕 박히는 뚜렷한 넘버(노래)가 없는 건 치명적인 단점. 또, 몇몇 배우의 아쉬운 노래 실력이 극의 몰입을 방해하기도 했다. 다른 대극장 뮤지컬에 비해 ‘아몬드’ 출연 배우들의 대중적 인지도가 조금 낮은 게 사실인데, 이게 실력까지 떨어지는 것으로 오인되면 곤란하지 않을까. 공연은 5월 1일까지.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박동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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