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의사생활’의 트레이드마크 같았던 안경을 벗은 전미도는 “저 원래 시력이 좋다”며 웃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트레이드마크 같았던 안경을 벗은 전미도는 “저 원래 시력이 좋다”며 웃었다.

■ JTBC 드라마 ‘서른, 아홉’ 종영… 찬영役 전미도

39세는 30대라기엔 많고
40대라 하기엔 덜 찬 느낌
어느 곳에도 못끼는 나이

극중처럼 ‘부고리스트’ 써
함께 밥 먹으며 시간 보내

같이 출연 손예진·김지현
이제는 동갑내기 절친돼


“저 역시, 서른아홉에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어요.”

배우 전미도(41)는 최근 JTBC 드라마 ‘서른, 아홉’(극본 유영아)을 마친 소감을 이같이 전했다. 서른아홉, 결코 적지 않은 나이다. 게다가 이 사회에서 서른아홉, 미혼 여성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다양한 생각과 감정이 교차한다.

극 중 전미도가 연기한 정찬영의 삶도 고됐다. 게다가 유부남을 좋아하는 불륜녀라는 낙인에 췌장암 4기 판정까지 받았다. 아내가 있는 남성을 좋아하는 찬영을 나무라던 친구 차미조(손예진)는 그의 투병 소식을 접한 후 “우리 겨우 30대다. 더 놀아야 돼”라고 현실을 부정했다. ‘겨우 서른아홉이었다. 우리가 서로의 생과 사의 깊은 괴로움을 만나기엔 채 여물지 않은 겨우 서른 끝자락이었다’라고 읊조리는 차미조의 내레이션은 적잖은 이들의 공감을 얻었다.

4일 서울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전미도는 “끝났는데 끝나지 않은 것 같다. 여운이 남아 아직 찬영을 못 보내고 있다”며 “나이 뒷자리에 ‘아홉’이 들어가면 느낌이 좀 다른 것 같다. 특히 서른아홉은 30대라기엔 많고, 40대라기엔 덜 찬 느낌”이라고 말했다.

‘서른, 아홉’에서 절친한 사이로 등장한 전미도(왼쪽)와 손예진.
‘서른, 아홉’에서 절친한 사이로 등장한 전미도(왼쪽)와 손예진.

찬영의 꿈은 배우였다. 하지만 꿈을 이루지 못하고 연기 선생으로 살아가고 있다. 청천벽력 같은 시한부 판정까지 받은 후, 다시 배우의 꿈을 꾸기 시작했다. 그에게 서른아홉은 낭떠러지의 끝이 아니라, 비상하기 위한 발판인 셈이다. 이는 실제 서른아홉에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슬의생)을 통해 새 길을 연 전미도의 삶과 몹시 닮았다.

그는 “서른아홉에 오디션을 봤다. 무대 공연만 10년 넘게 하다 오디션을 통해‘슬의생’에 등장하게 됐다”면서 “그 나이에 전환점을 맞았다는 점에서 찬영이와 비슷하다. 다만 찬영이는 그게 마지막이 됐지만 제게는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나이였다”며 빙긋이 웃었다.

‘서른, 아홉’에서 찬영은 자신의 장례식장에 부를 이들을 추린 부고 리스트를 미조에게 건넸다. 미조는 죽기 전 찬영이 그들을 만날 수 있도록 한자리에 모았다. ‘부고 리스트’가 ‘브런치 리스트’로 바뀐 이 대목은 ‘서른, 아홉’의 명장면으로 꼽힌다. 전미도는 “저도 부고 리스트를 써봤다. 원래 집순이 스타일인데, ‘이 사람들에게 잘하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부지런히 만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서른, 아홉’에 출연하며 트레이드마크 같았던 안경을 벗었다. ‘슬의생’의 콘셉트를 위해 안경을 썼을 뿐, “원래 시력이 좋다”고 그는 말한다. 안경을 벗고 카메라 앞에 섰다는 것은 두 번의 시즌을 거치며 구축된 ‘슬의생’ 속 채송화의 이미지를 벗어던졌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하지만 동시에 그는 세 번째 시즌을 바라고 있다.

전미도는 “안경 뒤에 숨어 있는 게 편하기도 했지만, 때로는 안경 때문에 표정을 잘 못 보여주는 것 같아 답답하기도 했다. ‘슬의생’과는 또 다른 결을 그려내고 싶었다”면서도 “‘슬의생’ 시즌3는 배우 모두가 원하고 있다. 5명이 돌아가며 감독님을 괴롭히고 있는데 어떻게 진행될지는 아직 모르겠다”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전미도가 ‘서른, 아홉’을 통해 얻은 또 다른 수확은 극 중 친구였던 손예진, 김지현과 실제 절친이 됐다는 것이다. 드라마 마지막 회가 방송되는 날 치러진 손예진의 결혼식에서 세 사람이 다시 모인 것은 기막힌 인연이다. 전미도는 “학창 시절부터 알던 친구를 시집보내는 것처럼 신부 대기실에서 다 같이 울었다. 좋은 친구들을 만들어줘서 ‘서른, 아홉’이 더 고맙고 남다르다”고 밝혔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안진용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