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뷰톡 - 빅뱅 ‘봄여름가을겨울’

드디어 빅뱅(지드래곤, 태양, 탑, 대성)이 돌아왔다. 2018년 ‘꽃길’ 이후 꼭 4년 만이다. 그때 “꽃이 피면 또 만나자”던 그들은 꽃은 물론 사계절을 들고 다시 섰다. 신곡 ‘봄여름가을겨울(Still Life)’이다. 4일 밤 12시에 공개된 신곡은 5일 단박에 음원 사이트 멜론 ‘톱100’ 차트 1위에 올랐다. 유튜브에 동시 공개된 뮤직비디오 조회 수는 1900만 건을 훌쩍 넘었다.

오랜 기다림 때문일까. 아니면 그들의 음악에 대한 근본적인 신뢰 때문일까. 일부 멤버의 불미스러운 일 이후의 컴백인 데도 호평 일색이다.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감동” “음악으로 위로해줘서 고맙다” “빅뱅 팬도 아닌데 눈물 나는 느낌” 등 호의적이다.

실제로 들어보면 마음을 움직이는 무언가가 느껴진다. ‘버닝썬 사건’으로 인한 승리의 팀 탈퇴, 탑의 대마초 흡연 등 구설이 끊이지 않았으나 음악만 놓고 보면 4년의 공백이 헛된 시간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기본적으로 밴드 구성의 멜로디여서 낯설지 않다. 도입부부터 차분하게 귀를 간질이는 기타 선율이 포근하면서 아름답다. 빅뱅과 호흡을 맞췄던 래퍼 겸 프로듀서 쿠시가 지드래곤·탑과 함께 작곡했다. 가창자나 작곡가나 서툴고 혼란했던 20대를 지나 30대 중반에 선 자아 성찰의 모습이 풍긴다.

곡도 곡이지만 노랫말이 의미심장하다. 굳이 해석을 안 하려 해도 숨겨진 사연이 절로 도드라진다.

“(태양)계절은 날이 갈수록 속절없이 흘러/ 붉게 물들이고 파랗게 멍들어 가슴을 훑고” “(지드래곤)울었던 웃었던 소년과 소녀가 그리워 나/ 찬란했던 사랑했던 그 시절만 자꾸 기억나” “(대성)정들었던 내 젊은 날 이제는 안녕/ 아름답던 우리의 봄 여름 가을 겨울.”

멤버 각자가 처한 상황, 2006년 데뷔해 이제 16년이 된 2세대 아이돌 그룹의 고민이 읽힌다. 노란색 꽃이 카펫처럼 펼쳐진 봄이 눈부시고 붉은빛 가을이 아름답지만 마냥 즐거워할 수만은 없다. 그러나 아름다움과 쓸쓸함이 교차하는 가운데서도 멤버들의 삶과 음악에 대한 각오가 엿보인다. 슬프지만 슬픔에 머물지 않겠다는 ‘애이불비(哀而不悲)’의 의지가 깃들어 있다.

탑의 랩이 그렇다. 강력한 보컬로 자신의 삶에 대해 자문한다. “떠난 사람 또 나타난 사람/ 머리 위 저세상∼지난밤의 트라우마 다 묻고/ 목숨 바쳐 달려올 새 출발 하는 왕복선/ 변할래 전보다는 더욱더/ 좋은 사람 더욱더/ 더 나은 사람 더욱더∼포 라이프(For Life).”

후반부 ‘라라라’ 이후 대성의 파트에서 의지는 절정에 이른다. “언젠가 다시 올 그날 그때를 위하여(그대를 위하여)/ 아름다울 우리의 봄 여름 가을 겨울.”

지드래곤은 뮤직비디오에도 마치 ‘이스터 에그’처럼 힌트를 숨겨놨다. 뮤직비디오의 처음과 끝을 장식하는 태양의 대목에서다. 태양이 열창하는 뒤로 비석이 보이고, 글귀가 적혀 있다. 성경의 시편 30장 11절이다. “당신은 나의 통곡하는 슬픔을 춤으로 바꿔 주시고 베옷을 벗기시고 잔치옷으로 갈아 입히셨사옵니다.”

멤버별 보컬 색이 개성적이고 뚜렷한 건 대단한 장점이다. 그중에서도 태양의 절제된 고음은 매력이 넘친다. 탑을 제외하곤 모두 1970년대 ‘장발’이 유행하던 시대로 돌아간 듯 긴 헤어스타일이 이채롭다. 그러나 네 멤버가 하나가 된 모습은 없어 아쉽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김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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