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찰발전 이용, 전송효율 높여
6㎝거리서 8㎽ 전력충전 성공
에너지 전환 중 열발생도 적어
이식형 센서 배터리 충전 길터
“신체삽입 위한 임상은 더 필요”
무선(無線)시대다. 유선전화가 무선전화로 바뀐 후 케이블TV는 인터넷TV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로, 랜선도 와이파이와 블루투스로 대체되고 있다. 코드 커팅, 무선 통신의 과학기술 혁신은 해변이나 산속에서 맘대로 일하고 노는 노마드(nomad)족을 탄생시켰다. 인류의 이동성을 획기적으로 높임으로써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유동적인 액체 사회로의 이행이 가속화된 것이다. 이처럼 전파를 이용한 통신 기술과 더불어 전기를 무선으로 주고받는 무선 전력전송 기술도 발달하고 있다. 스마트폰에 선을 연결할 필요 없이 그저 평평한 판 위에 올려놓기만 하면 되는 무선 충전 기술은 앞으로 스마트카, 드론 등으로 확장될 전망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전자재료연구센터의 송현철 박사 연구팀이 인체 내 소형 전자기기나 센서, 바닷속 잠수정 등에 전기를 보내 충전시킬 수 있는 고성능의 ‘초음파 무선 전력전송 기술’을 개발했다. 혈액이나 바닷물 같은 액체, 그리고 고체까지 잘 통과하는 초음파를 사용해 기존보다 전기 발생 효율을 훨씬 높인 점이 연구의 특징이다. 논문은 에너지 분야 국제 학술지인 ‘에너지 및 환경 과학(Energy & Environmental Science)’ 최신호에 실렸다.
의료 기술의 발전과 고령화로 인해 인공 심박동기, 제세동기 등 인체삽입형 전자기기 이식 환자가 전 세계적으로 늘었지만 배터리를 주기적으로 교체하려면 절개 수술을 다시 해야만 했다. 이런 불편을 덜기 위해서는 인체 외부에서 무선으로 전력을 전송해 배터리를 충전하는 기술이 요구된다. 또 해저 케이블의 상태를 진단하는 센서, 무인 잠수정처럼 수중 환경에서의 배터리 무선 충전 수요도 늘고 있다. 여기에 임산부의 태아 진단이나 비파괴검사, 어군 탐지기 등으로 이미 안전성을 검증받아 상용화된 초음파를 적용해보려는 시도가 나왔다. 초음파는 에너지 송수신 장치의 위치나 각도에 상관없이 효율적으로 전송이 가능해 정확하게 목표를 맞추거나 고정할 필요가 없다는 장점도 있다.
현재 주로 쓰이는 무선 전력전송 기술에는 크게 전자기유도 방식과 자기공명 방식이 있다. 전자기유도는 송신부 코일에 자기장을 형성시켜 수신부 코일에 전기가 발생하도록 만드는 방법이다. 스마트폰과 무선 이어폰 충전 등에 쓰이지만 물이나 금속 같은 전도체는 통과하지 못하고 충전거리도 매우 짧다. 충전 중 열이 발생해 인체에 해를 끼칠 수 있는 단점도 있다. 자기공명 방식 또한 자기장 발생 장치와 송신장치의 공진주파수가 정확하게 일치해야 하므로 와이파이나 블루투스와 같은 무선통신 주파수와 간섭을 일으킬 우려가 있다.
그래서 연구진은 전자기파나 자기장 대신 초음파를 에너지 전송 매체로 채택했다. 그러나 기존의 초음파 에너지 전송기술은 효율이 낮아 상용화하기 어려웠다. 이에 KIST 연구진은 매우 작은 기계적 진동도 전기 에너지로 변환이 가능한 마찰 발전의 원리를 이용, 초음파를 받으면 생기는 물리적 움직임을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소자를 새롭게 개발했다. 마찰 발전은 물질을 비비는 등 서로 접촉할 때 생기는 대전(帶電) 현상의 정전기를 응용, 역학적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연구진은 특히, 마찰 발전기에 강유전(强誘電)물질인 ‘PMN-PT’를 추가하고 초음파의 파형을 사인파에서 사각파로 바꿔 1%도 채 되지 않던 기존 초음파 에너지의 전송효율을 4% 이상으로 크게 높였다. 또 초음파 수신부의 진동 폭을 넓히기 위해 소재를 더 얇은 박막으로 제작하기도 했다. 강유전체란 외부의 전기장 없이도 스스로 플러스, 마이너스 분극을 갖는 물질을 말한다. 사인파는 S자를 눕혀놓은 파형이고, 사각파는 네모난 막대 그래프를 연결한 듯한 모양이다. 이 같은 개선을 통해 6㎝ 떨어진 거리에서 8㎽ 이상의 전력을 충전하는 데 성공했다. 과거 전송 거리는 1∼2㎝에 그쳤다. 생산한 전력량은 200개의 LED를 동시에 켜거나 물속에서 블루투스 센서를 작동시켜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는 세기다. 에너지 전환 효율이 높을 뿐 아니라 열 발생도 거의 없었다.
송 박사는 후속 연구계획에 대해 “새로 개발한 소자는 아직 장시간 구동 안정성을 확보하지 못했기에 수년간 물속 또는 인체 속 같은 환경에서 안정적인 구동이 가능한 점을 향후 입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 박사는 이어 “신체 내부에 삽입하기 위한 임상 테스트가 필요하고 특히 우리가 추가한 강유전체는 납계 재료로서 중금속이기 때문에 앞으로 생체친화형 비납계 재료를 활용한 개선 연구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송 박사는 또 기업이나 병원에서 사용 중인 평범한 초음파 발생기로도 무선 충전이 가능하도록 송수신기 장비를 개량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노성열 기자 nos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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