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尹당선인-경제 6단체장 회동서 화제… 최진식 중견련 회장
성공도 실패도 맛본 중견기업
산업계에서 성장 사다리 역할
소·부·장 관련업체 90% 차지
대기업으로 점프 쉽지 않지만
역동적인 경제 구조 만들려면
50대 기업 10%는 물갈이돼야
2024년 일몰 ‘중견기업특별법’
상시법 만들어 금융혜택 줬으면
지난달 21일 있었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경제 6단체장의 도시락 오찬 회동에서 최진식(64) 한국중견기업연합회장(심팩 회장)이 누리꾼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유튜브로 생중계된 이날 행사에 참석한 단체장 중 유일하게 원고를 보지 않고 윤 당선인에게 거침없는 말을 쏟아 냈기 때문이다. 10년 이상 중견련 활동을 하면서 확고한 자신만의 철학을 구축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3월 30일 자신이 일군 서울 여의도 심팩 집무실에서 만난 최 회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상위 10개국 수준의 규제’ ‘50대 기업의 10%가 승격·탈락하는 역동적인 경제’ 등 소신을 펼쳤다.
중견기업은 자산 규모 5000억 원 이상 10조 원 미만인 기업으로, 우리나라 전체 기업의 약 1.4%(5526개)가 해당된다. 매출 기준으로는 업종별로 400억∼1500억 원 이상 기업이 포함된다. 최 회장은 중견련 회장으로 지난 2월 추대됐다.
―윤 당선인과의 도시락 오찬에서 뭘 강조했나.
“중견기업은 벤처기업에서 시작해 중소기업, 조 단위 기업, 대기업, 세계적인 기업으로 나아가는 성장 사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견기업은 기업을 직접 만든 1세대들이 대부분 경영하고 있다. 그분들의 성공뿐 아니라 실패까지 포함한 스토리가 모두 담겨 있는 곳이다. 이러한 스토리를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이 참고하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당선인에 대한 인상은 어땠나.
“본인이 갖고 있는 기업관, 경제관, 기업 환경에 관한 생각 등에 대해 말했다. 생각보다 많이 알고 있고, 공부를 많이 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기업의 총체적 능력의 합이 국가의 능력이다. 그에 대한 윤 당선인의 이해도가 120% 수준이었다.”
―5월이 되면 새 정부가 출범한다. 새 정부가 꼭 했으면 하는 경제 정책이 있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훌륭한 거시 경제학자가 많이 참여했다. 그분들이 생각하시는 대로 경제 정책을 펼쳐 가면 된다. 모든 규제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OECD 상위 10개 국가 평균으로 했으면 좋겠다. 특별 대우는 필요 없다. 기울어진 운동장만 아니면 된다.”
―과거 대통령은 주로 경제 5단체를 범위로 정해 단체장들을 만났다. 이번에는 6단체장을 만났다.
“사실 이번 윤 당선인과의 오찬에 참석한 6단체 중 법정 단체는 3개밖에 없다.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와 중견련만이 법정 단체고 나머지는 임의 단체다. 중견련은 대통령과의 행사에 당연히 참석해야 한다.”
―중견련은 2013년 제정된 ‘중견기업 성장촉진 및 경쟁력 강화에 관한 특별법’에 의해 법정단체가 됐지만 아직 대중의 인식 속에서 존재감은 약해 보인다. 2월에 취임했는데 할 일이 많을 것 같다.
“사실 대통령이 행사를 하면 대기업, 중견기업, 중소기업 단체와 함께하는 것이 기본이다. 그다음에 다른 경제 단체들이 포함돼야 한다. 중견련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튼실한 기업들의 모임인 것을 조금만 보면 알 수 있다. 회장으로 재임하는 동안 이를 적극적으로 알려 나갈 것이다.”
―중견기업특별법은 10년의 기한이 있는 법이었는데 일몰이 다가왔다.
“중견기업특별법은 상시법이 돼야 한다. 중소기업은 대출 받을 때 많은 혜택을 받는다. 중견기업도 특별법에 따라 금융 혜택을 받았다. 이 혜택이 사라져 중견기업이 대기업 취급을 받는다면 피터팬 증후군을 겪을 수밖에 없다. 중견기업특별법이 사라지면 우리 경제의 중간이 무너져 버리는 결과가 될 수 있다. 법인세율 1∼2%보다 금융 문제가 기업인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훨씬 크다.”
―중견기업특별법을 만들 때부터 중견련 부회장으로서 많이 관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 남다른 애정이 있을 것 같다.
“중견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기업도 있고, 중견기업으로 50년을 머물러 있는 기업도 있다. 대기업이 되지 못한 중견기업도 대한민국 경제를 떠받치고 있다. 소재·부품·장비 관련 기업의 90%가 모두 중견기업이다.”
―중견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점프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지난 8∼9년 동안 우리나라 50대 기업에 들어간 중견기업은 하림, SM, 셀트리온 정도가 있다. 50대 그룹이 10년에 적어도 10% 정도는 바뀌어야 역동적인 경제 구조라고 생각한다. 대기업이 세금을 안 내고 자녀들에게 상속하는 것 때문에 국민의 시선이 따가운데, 성공한 기업이 대기업으로 들어가면 인식이 바뀔 것이다.”
―아직도 중견기업의 다수는 제조업인가.
“제조업도 많지만, 다른 분야에도 많다. 식품 산업에서 대부분 알 만한 기업은 중견기업이다. 제약·바이오 분야도 대부분 중견기업이다.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도 중견기업이 다수다. 대기업이 주요 대로에 있다면 간선 도로에는 중견기업이 있다고 보면 된다.”
―중견기업은 말 그대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 있다. 관련 정책도 중소벤처기업부가 아닌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담당하고 있다.
“중견기업 정책은 산업부에서 대기업 정책과 같이 관리하는 것이 맞다. 중견기업 정책은 세계 어디서나 산업부와 같은 부서에서 담당한다. 성장을 해야 하는데 중견기업을 중소기업과 같이 취급하면 오히려 끌어내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현재 중견기업이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구조조정이다. 산업의 트렌드가 바뀌는데 중견기업은 지금까지 대기업의 벤더 역할을 했다. 이런 회사들이 미래산업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래서 이번에 회장으로 취임해 벤처 투자를 할 수 있도록 사업을 하고 있다.”
―코로나19와 대외 환경, 각종 규제 등도 기업의 대표적 어려움으로 꼽힌다.
“현재 우리나라 현장 근로자들의 임금이 세계 5위 정도 된다. 대기업만의 일이 아니고 우리나라 전반의 임금 수준이 높아졌다. 그런데 우리나라 기업이 세계 5위 안에 들어갈 정도로 경쟁력이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글로벌 경제 환경이 크게 바뀔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 제조업 생산 기지의 상당수가 중국, 러시아에 있다. 특히 중국 비중이 50% 정도 되는 기업도 많다. 앞으로 이것을 비중국, 비러시아로 옮겨야 한다. 매우 어렵고 힘든 과제다. 비용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기업의 경쟁력을 다시 가늠할 수 있는 시험대가 될 것이다. 그렇지만 꼭 해야 되는 일이다.”
김병채 기자 haass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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