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에게 ‘감사편지’란
- 충북 청원초등학교 최유라 교사


그림책 ‘낱말 공장 나라’에는 말을 함부로 할 수 없는 나라가 나온다.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돈을 주고 그 단어를 산 다음 삼켜야만 말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난한 이들은 함부로 말을 할 수가 없고 부자만이 마음껏 말을 사서 이야기한다. 아이들과 말에 관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도중 그림책을 읽고 질문을 던졌다. “낱말 공장 나라에서 가장 비싼 말은 무엇일까요?” 아이들은 저마다 자신만의 대답을 내어놓았고 하나씩 살펴보며 어떤 것이 더 비쌀까 비교해 보았다. 열띤 토론 끝에 우리 반이 뽑은 가장 비싼 단어는 ‘고맙습니다’였다.

‘엄마’ ‘아빠’ 같은 단어는 특정한 사람에게만 쓸 수 있어서 탈락. ‘사랑합니다’라는 말은 말로 하지 않아도 느껴지니까 탈락. ‘미안합니다’와 ‘같이 놀래?’라는 말도 중요하다고 뽑았지만 역시 특정한 상황에서만 사용하는 말이었다. 결국 우리는 누구에게나 쓸 수 있고, 그 말로 인해 많은 사람이 행복해질 수 있는 ‘고맙습니다’를 가장 비싼 말로 뽑았다. “‘사랑합니다’는 말로 하지 않아도 느껴져서 탈락했는데, ‘고맙습니다’는 말로 꼭 해야만 하는 걸까요?” 궁금해하는 선생님에게 아이들이 말했다. “네. 그 친구를 위해 무언가를 했는데 고맙다는 말을 안 해주면 섭섭해요.” “고맙다는 말을 하면 또 하고 싶어요.” “고맙다는 건 표현만 해도 기분이 좋아져요.” 사랑은 다른 방식으로 표현해도 느껴지고, 주고 꼭 받지 않아도 괜찮은데 고맙다는 말은 꼭 말로 듣고 싶다는 것이 아이들의 이야기였다.

감사란 그런 것이다. 누구에게나 전할 수 있고, 전하는 이도 받는 이도 행복하게 만들며, 무엇보다 직접 표현해야만 잘 전달될 수 있는 것. 이렇게 서로의 속마음까지 알고 나자 우리 반은 비싼 말을 공짜로 쓸 수 있음에 감사하며 마음껏 고맙다는 표현을 하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아이가 다가와 말했다. “선생님, 제가 ‘낱말 공장 나라’의 비밀을 발견했어요.” 아이는 정말 소중한 것을 발견했다는 듯 나에게 작은 색종이를 내밀었다. 색종이에는 ‘고맙습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어떤 비밀인지 궁금해하는 나에게 “낱말 공장 나라 사람들은 바보예요. 꼭 돈 주고 비싸게 말을 살 필요가 없어요. 이렇게 글로 써주면 되거든요. 그럼 돈을 안 들이고도 마음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데!”라고 말했다.

정말 멋진 비밀이라 곧장 아이들에게 알려주었다. 아이들은 친구가 발견한 비밀에 신이 나 시키지도 않았는데 서로에게 고맙다는 말을 써주기 시작했다. 뭐가 그리 좋은지 아이들의 얼굴에 함박웃음이 떠오른다. 예쁘게 고맙다는 마음을 편지에 담는 아이들을 보며 ‘고맙습니다’가 가장 비싼 말인 이유에 다시 한 번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가장 비싼 단어, 하지만 공짜로 할 수 있는 고맙다는 표현, 지금 옆에 있는 사람에게 전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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