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맙습니다 - 박소영 전 국가대표 여자골프 감독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골프는 애초에 관심이 없었다. 문학과 골프는 태생적으로 다른 문법이다. 고뇌의 문법과 사치의 문법인 문학이 인간이 사용하는 언어를 예술적 차원으로 표현하는 장르라면, 골프는 고가의 장비에 즐기는 장소 또한 비싼 사용료를 지불해야 하는 사치성 운동으로 출신과 신분이 전혀 다르다. 그래서 나는 골프보다 마라톤을 즐겼다. 한 달 누적 500㎞를 주파하고 국내 유명대회를 넘어 100㎞ 울트라마라톤까지 뛴 준족이었다. 풀코스 50여 회, 하프코스 100여 회를 뛴 독종 근성은 결국 반월상 연골 파열로 줄기세포 시술을 받았다. 그 후 마라톤을 금하고 평지 걷기와 근력운동만 하라는 진단을 받고서 우울증에 시달리던 때, 우연히 알게 된 국가대표 여자골프 박소영 감독님께서 골프를 권했다. 골프는 잔디를 걷는 운동으로 무릎에 무리가 가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처음에는 하필 골프냐며 난색을 보였으나 계속된 권유로 박 감독님이 근무하시는 잠원동 파스텔골프클럽을 찾았다.

“보세요. 이렇게 허리를 비트세요. 손목 너무 꺾지 말고 힘 빼고 두 팔 사이 삼각형 그대로 유지하며 자연스럽게 돌리세요. 더, 더…허리를 비트세요. 그렇지. 그다음 왼쪽 허리는 6시 방향, 오른쪽 허리는 12시 방향으로 돌리면서 체중은 왼발로 옮기는 동시에 왼팔은 쭉 펴고 손목이 먼저 풀리지 않게 내려오면서 헤드보다 손이 먼저 지나간다는 느낌으로 치는데 이때, 왼손목을 밖으로 꺾지 말고 안으로 살짝 꺾으며 왼손등으로 볼을 친다는 느낌으로 치세요.”

어렵고 복잡했다. 깜깜한 터널에 갇힌 느낌이었다. 콜라겐이 빠져나간 관절은 비틀기를 거부하고, 평생 달리기밖에 모르던 근육들은 낯선 동작에 어리둥절했다. “스트레칭을 꼭 하세요. 몸이 유연하지 않으면 골프는 멀어져요. 골프는 딱 세 가지 ‘항3’을 기억하세요. 첫째, 항상 스트레칭을 한다. 둘째, 항상 힘을 뺀다. 셋째, 항상 기초체력을 기른다. 이 세 가지를 기억하면 골프는 생각보다 쉬워요.” 박 감독님은 평소 알고 지내던 모습이 아닌, 매서운 눈초리로 말했다. 채를 잡고 스킬을 전하는 모습이 마치 어린아이를 훈계하듯 깐깐한 목소리에 회초리가 들려있었다. 갑자기 사람이 달라 보였다. 어차피 시작했으니 제대로 하란 것이다. 이런 포스가 있었기에 요즘 ‘핫’한 박민지, 최혜진, 박현경 그린 트리오를 길러냈는지도 모른다. 훈련이 끝나면 꼭 숙제를 내주신다. 그날 배운 것을 말로만 이해하지 말고 무엇이 어떻게 왜 안 되는지 골프 일기를 쓰며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란다.

박 감독님은 중학교 2학년 때 키가 172㎝까지 성장해 건국대 골프코치 권유로 골프를 시작한 후 프로데뷔 1년 만인 1999년 ‘one shot 018배 제21회 한국여자프로골프선수권대회’에서 감격의 메이저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그 후 3년 동안 매년 1승씩을 추가했다. 은퇴 후 한국여자프로골프 국가대표 코치로 자리를 옮겨 이정은, 이소영, 박민지, 최혜진, 박현경, 이가영, 조아연 등 유망주들을 지도했다. 2016년 9월 멕시코에서 열린 세계여자아마추어 골프 선수권에서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최혜진, 박민지, 박현경 세 선수를 이끌고 우승컵을 들어 올려 명장의 반열에 오르기도 했다. 올해 미국 LPGA로 건너간 최혜진 선수는 프로데뷔 원년인 2020년 한국여자프로골프 역사상 가장 오래된 KLPGA 챔피언십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한 후 그동안 지도해준 박 감독님 품에 안겨 펑펑 울었다. “오랫동안 마라톤을 해서 그런지 스윙의 메커니즘을 빨리 이해하시네요. 몸도 매우 유연하고 선수로 치자면 싹이 보이는 선수?” 요즘에는 회초리를 들기보다 칭찬을 자주 하신다. 입문 5개월 만에 100을 완파했고 1년이 채 안 된 요즘에는 가끔 80대 중후반을 넘나드는 신동으로 변했다. “자, 어차피 칼을 뺐으니 싱글차트에 불후의 명곡 한번 올려 볼까요?” 모델 같은 몸매에 눈웃음이 매력적인 박 감독님 덕분에 아픈 무릎은 날아갈 듯 가볍다.

시인 김재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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