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숙 논설위원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는 1973년 오일 위기를 계기로 만들어진 선진산업국가 정상 모임이다.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이탈리아, 캐나다 등 7개국이 매년 돌아가며 정상회의를 개최하면서 글로벌 현안에 대한 해법을 내놓고 단합을 과시해 왔다. 러시아는 빌 클린턴 미 대통령과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의 초대로 1998년 정회원국이 됐다. 소련 붕괴 후 러시아의 경제력은 미약했고, 민주주의도 혼란 상태였지만 냉전 시대 소련의 위상을 감안해 멤버로 받아들이면서 G7은 G8로 확대됐다. 덩달아 러시아의 위상은 올라갔다. 그러나 2014년 블라디미르 푸틴이 크름(크림)반도를 장악하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러시아 축출을 주도, 다시 G7이 됐다.

G20 정상회의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후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 주도로 신설됐다. 앞서 G8 재무장관들은 주요 신흥시장국이 참여하는 G20 재무장관회의를 1999년부터 개최해 왔는데 미국이 금융위기 대응 차원에서 정상회의체로 격상한 것이다. G20 정상회의는 2008년 11월 미국 워싱턴에서 처음 개최된 후 영국, 캐나다에 이어 이명박 대통령 때인 2010년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서 열려 주목을 받았다. G20 신설 후 G7은 빛을 잃는 기세가 역력했다. 2010년 일본을 넘어서 G2로 올라선 중국이 G20 정상회의 정식 멤버로 참여하면서 더 힘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 후 G20은 빛을 잃는 형국이다. G7은 러시아 제재를 주도하며 자유 진영의 구심점이 됐지만, 독재국가들이 섞여 있는 G20은 분열상을 보이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푸틴을 “전범” “학살자”로 비판하면서 G20에서 러시아를 퇴출하자고 주장했지만, 올해 개최국인 인도네시아는 러시아에 초청장을 보내겠다는 입장이다. 2014년 러시아를 쫓아냈던 G7의 단결력을 G20에선 찾기 힘든 것이다. 유엔은 러시아가 아닌 푸틴을 배제하자는 중재안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도 중국이 러시아와 밀착하는 것을 보면 G7 등 자유 진영은 공산당 독재국과 ‘전범국’ 정상이 참여하는 G20에 열의를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G20 정상회의는 사실상 붕괴 국면으로 접어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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