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17∼18일 한·미 외교·국방장관 회담을 위해 방한한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은 성주 주한미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기지의 열악한 생활 여건에 대해 우리 정부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고 한다. 기지 장병들의 안정적인 주둔을 위한 공사가 사드 반대 단체의 저지 등으로 몇 년째 진전을 보지 못하자 동맹에 대한 근본적 의심까지 갖게 되는 상황에 이르렀다고도 한다. 사드 기지의 안정적인 주둔 요건은 미측이 2020년 제52차, 2021년 제53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서도 빼놓지 않고 요구한 사항이다. ‘정식 배치’가 아닌 ‘임시 배치’ 상태에 머물러 있는 사드 기지 문제는 한미동맹의 도전 요소다.
그런데 정부 소식통은 최근 문화일보에 문재인 정부가 중국이 이른바 사드 ‘3불(不)’에 더해 2017년 배치된 주한미군의 사드 운용을 제한하는 ‘1한(限)’을 요구한 이후 6년째 경북 성주기지 일반환경영향평가를 미루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문화일보 4월 4일 자 6면 참조) 이 소식통은 “당국자들이 3불이 아니라 3불 1한이라는 말을 무심코 내뱉는다”는 말까지 했다. 2017년부터 현재까지 성주에서 벌어지고 있는 장면들이 ‘제한하다’는 뜻의 ‘한(限)’자와 오버랩 됐다. “사드 3불이 우리의 미래 군사주권을 제한하는 것이라면, 사드 1한은 현재의 군사주권을 훼손하는 것”이라는 말에는 더욱 고개가 끄덕여졌다. ‘3불’은 문 정부가 2017년 10월 중국의 사드 보복을 무마하기 위해 ‘미국 미사일방어체계(MD) 참여, 사드 추가 배치, 한·미·일 군사동맹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해 주면서 군사주권 포기 논란으로 비화한 사안이다. 그해 10월 31일 남관표 당시 국가안보실 제2차장과 쿵쉬안유(孔鉉佑)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 간 협의에서 다뤄지면서 언론에도 공개됐다. 그간 중국 당국은 이 같은 사드 ‘3불’이 한·중 양국 정부 간 합의라고 주장해 온 반면, 우리 측은 “약속이나 동의가 아니라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강경화 당시 외교부 장관)이라고 밝혀 국내에선 물론, 한·중 간에도 논쟁이 벌어졌었다. 특히, 중국 관영 환추스바오(環球時報)는 2017년 11월 29일 자 사설에서 ‘3불 1한’을 우리 측에 직접적으로 요구하기까지 했다.
원일희 대통령직인수위 수석부대변인은 문화일보 보도와 관련해 “당사자들이 실체적 진실을 국민 여러분께 세세하게 밝히는 게 도리”라고 했다. 원 부대변인이 거론한 당사자란 ‘3불 합의’ 당시 외교부 수장이던 강경화 전 장관, 청와대에서 이를 총괄한 것으로 알려진 정의용 당시 국가안보실장(현 외교부 장관)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후보 시절 3불 합의 폐기를 시사하는 사드 추가 배치를 공약했다. 외교부는 “(중국과) 발표 이상의 합의는 없었다”고 부인했지만, 우리의 군사주권에 관한 엄중한 사안인 만큼 새 정부 출범 이후 이면 합의가 있었는지 철저히 따져야 한다. 한·중 관계의 민감성과 파장을 고려해 어물쩍 넘어갈 일이 아니다. 윤 당선인이 한미동맹 재건을 내세운 만큼 사드 기지와 관련한 ‘1한’의 존재 여부를 철저히 밝히는 것은 한·미 간 신뢰 제고에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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