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젤렌스키 질타 순간에도 무기력한 모습 보인 유엔

국제법적 구속력 있는 안보리
한 국가라도 거부권 행사땐 막혀
러·中 반대로 결의안조차 못내

연설 듣고있던 유엔 중국대사
대놓고 러 편들어 국제사회 충격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5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러시아의 ‘부차 대학살’을 고발하며 유엔의 무기력함을 정면으로 꾸짖는 순간에도 유엔은 무기력한 모습을 여과 없이 노출했다. 특히 미국 등이 러시아를 안보리 상임이사국에서 퇴출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중국 측은 “성급하게 (러시아를) 비난하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고 언급, 젤렌스키 대통령의 호소를 무색하게 했다. 이해관계에 따라 윤리를 쉽게 져버리는 냉혹하면서도 분열된 국제 역학 관계를 여실히 드러냈다는 평가다.

CNN 등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안보리 연설에서 “우리는 안보리 거부권을 죽음의 권리로 바꿔 사용하는 나라(러시아)를 상대하고 있다”면서 “그들이 자신의 침략에 대한 (안보리) 결정을 막을 수 없도록 상임이사국에서 퇴출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안보리는 유엔에서 유일하게 국제법적 구속력이 있는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기관이지만 미국과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 상임이사국 5개국(P5) 중 한 나라라도 거부권을 행사하면 모든 논의나 결정을 막을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가해국인 러시아와 러시아를 지지하는 중국의 방해로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직접적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후에도 러·중의 반대로 대북 제재나 규탄 결의안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상임이사국 퇴출 주장에 대해서도 “현실성이 낮다”고 평가한다. 러시아를 퇴출하려면 유엔헌장을 개정해야 하지만, 이 역시 P5의 동의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국제사법재판소(ICJ)에서 러시아의 전쟁 범죄를 유죄로 판결하더라도 그 집행은 안보리가 맡는다는 점에서 실제 처벌 역시 불가능할 전망이다. 러시아가 반대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안보리의 태생적인 한계는 무용론으로 이어지는 기류다. 특히 이날 중국은 우크라이나 각지에서 희생된 민간인들의 모습이 담긴 90초 분량의 연설을 본 뒤에도 이해관계에 따라 러시아 편에 서는 모습을 보여 국제사회에 충격을 안겼다. 장준(張軍) 주유엔 중국대사는 “부차에서 발생한 민간인 희생 영상은 아주 끔찍하다”면서도 “정확한 사건의 원인에 대한 검증부터 이뤄져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그러면서 “결론이 나기 전까지는 사실에 근거한 비판만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측 역시 민간인 공격에 대한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바실리 네벤자 주유엔 러시아 대사는 “러시아군에 대한 엄청난 양의 거짓말을 들었다”며 “러시아가 (전쟁에서) 기대만큼 전진하지 못하고 있는 건 민간인을 겨냥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임정환 기자 yom724@munhwa.com

관련기사

임정환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