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희 서울시립대 행정학과 교수

A 씨는 B 씨와 비슷한 연봉을 받지만 여유로운 부모님의 지원을 받아 비교적 넉넉하게 살고 있다. 얼마 전에 집을 장만해 대출이 많지만, 맞벌이도 하고 부모님은 연금소득이 충분해 대출이 집안의 전체 연소득 대비 70∼80% 정도로 크게 부담되는 수준은 아니다.

B 씨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 좋지 않은 가정환경 속에서 열심히 노력해 현재의 위치까지 올랐지만, 물려받을 재산은 거의 없고 부모님의 노후 준비도 제대로 돼 있지 못하다. 아이들은 대학 입학을 앞두고 있어 상당 기간 교육비 지출도 예상된다. 특히, 지난 몇 년간 코로나로 인해 지출이 늘어 빚이 크게 늘었다. 다만, 대출 규모는 집안 전체 연소득 대비 50∼60% 정도다.

어느 쪽의 사정이 나은가. B 씨의 경우 그럭저럭 가계를 꾸리고는 있지만, 경제위기라도 닥쳐 실직이라도 당하면 집안 전체가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임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연소득 대비 대출의 비율은 낮아도 쌓아 놓은 재산도 부족하고, 가족들의 소득도 적으며, 부모님과 아이들에 대한 부양의무 때문에 경제적인 위험에 노출돼 있다.

이를 국가 경제로 바꿔 보면, A 씨는 높은 수준의 생산력으로 오랜 기간 경제적 부를 쌓아온 선진국들이다. 그리고 B 씨는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악착같이 일해서 이제야 어느 정도 소득 수준을 달성했지만, 경제적 부는 적고 급속한 고령화와 미래세대를 위해 큰 비용을 지출해야 하는 대한민국이다.

여기에서, 국가의 채무를 추계하는 방식은 빌린 돈을 상환해야 하는 D1, 여기에 국가 간의 비교를 위해 정부의 범위를 통일해 추계한 D2가 있다. 위의 사례에서, 두 집안의 전체 소득 대비 대출액의 비율이다. 이것만 보면 B 씨 집이 A 씨 집에 비해서 나아 보인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B 씨는 그동안 쌓아온 재산이 적을 뿐 아니라, 한참 생산성 향상을 위해 지출해야 하고, 부모의 노후를 지원해야 하는데 이게 사실상 빚이다. 그간 대출 받아 집을 산 것도 아니고 그냥 써 버렸기 때문에 대응 자산도 없다. 상환해야 할 대출과 반드시 지출해야 하는 경제적 의무이자 사실상의 빚 때문에 매우 위험한 상태다. 이렇게 진정한 의미에서 경제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정부의 빚을 추계하는 것이 발생주의에 기반한 국가부채다. 5일 발표된 규모는 2196조 원이고, 이는 현재 우리나라 1년 전체 소득인 GDP 1631조 원의 1.3배에 달할 뿐 아니라, 매년 150조 원 이상 급속히 늘고 있다. 겉으로 드러나는 국가채무 수준을 가지고 양호하다고 자화자찬하던 중에 경제적 충격에 대응할 수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정부 재정 여력은 급격히 나빠진 것이다.

이렇게 된 데는, 무조건 쓰고 보자는 식의 무책임한 재정 운용을 한 현 정부의 책임이 매우 크다. 포퓰리스트적인 재정지출을 대폭 확대했을 뿐 아니라, 연금 개혁 등 재정 프로그램 개혁은 의도적으로 회피했다. 낭비적인 선심성 예산 프로그램을 양산하고 공공부문 비대화의 결과만 낳았다.

차기 정부는 이를 반면교사 삼아 재정제도와 재정정책의 대대적인 개혁을 할 필요가 있다. 발생주의에 기반한 국가부채를 목표 지표로 설정하고 재정준칙을 적용해 보는 방안도 제시해 본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