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2018년 10월 프랑스 방문 때 입었던 ‘샤넬 재킷’의 행방이 묘연하다. 퇴임을 한 달 앞두고 이런 문제를 따져봐야 하는 현실이 구차하고 안타깝지만, 대통령 부부의 정직성에서 조직적 은폐나 특별활동비 의혹까지 연결된다는 점에서 명백히 규명돼야 한다. 청와대가 앞장서야 할 일이다. 그런데 “입은 뒤 반납해 최종적으로 국내 박물관에 기증·전시됐다”는 청와대 발표가 미스터리를 더 키웠다. 인천국제공항에 전시된 것은 김 여사가 입었던 옷과는 달랐기 때문이다.

김 여사가 입었던 재킷은 프랑스 명품 브랜드 샤넬의 수석 디자이너 카를 라커펠트가 한글을 수놓은 원단을 이용해 직접 제작한 옷으로, 당시 프랑스 영부인이 관심을 표명할 정도로 화제가 됐다. 한정품인 만큼 가격도 추산하기 어렵다. 신혜현 청와대 부대변인은 지난달 29일 “샤넬에서 여사님께 의복을 대여해 줬다. 대여이기 때문에 당연히 반납했고 그 후에 샤넬 측에서 국립한글박물관에 기증해 전시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전시된 옷은 김 여사가 입었던 옷이 아님이 금방 드러났고, 이에 샤넬 측은 “나중에 한국 요청이 와서 다시 제작한 옷”이라고 밝혔다.

문체부 관계자는 지난해 5월 청와대 인사가 샤넬 측 연락처를 건네며 ‘박물관과 연결하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샤넬 진실’을 조작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였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그 시점도 그런 의문을 키운다. 프랑스 방문 37개월 이후인데, 한국납세자연맹의 ‘김 여사 의전 비용과 관련된 예산 및 지출 실적’ 정보공개 소송에 대한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이 임박해 가던 때이기도 하다.

청와대는 ‘사비(私費) 카드 결제’를 강조했지만, 이 역시 사실과 달랐다. 김 여사 단골 디자이너 딸의 신분·급여 논란에 더해 청와대 근무를 개인 사업에 활용한 정황까지 나오는 등 점입가경이다. 청와대는 특활비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반복한다.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당장 행방불명인 샤넬 옷이 어디 있는지부터 밝힐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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