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포커스 - 우크라이나 사태, 유럽·美 넘어 亞 지역정세에도 영향
“시진핑 주석, 무차별적 제재로 고통받는 건 결국 국민
왕이 외교부장, 러는 주권국가로 자기결정할 권리 있다
기시다 총리, 군사작전 강력 비난… 국제사회와 협력
하야시 외무상, 무고한 민간인 살해 결코 용서못한다”
- 中, 아태패권 공략
줄곧 “일방적 對러 제재 반대”
‘푸틴 영웅’ 다큐로 사상교육도
美관심이 우크라로 쏠린 틈 타
왕이, 인도·네팔 등 4개국 순방
주변국 외교로 우군 확대 나서
- 日, 재무장 호시탐탐
북방영토 싸고 러와 협력하다
‘러 강력제재’ 서방과 보조맞춰
난민수용 등 인도주의 이미지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 포석
내부선 核공유 담론 등 이슈화
베이징 = 박준우 특파원, 김선영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두 당사국과 주변국 정세뿐 아니라 멀리 떨어진 동아시아 지역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 특히 전 세계의 이목이 우크라이나 지역에 쏠린 틈을 타 동아시아 양대 강대국인 중국과 일본은 저마다 자국의 입지 강화에 나서면서 세력 확대에 나서고 있다. 중국은 러시아와의 관계를 유지해 가면서도 지속적으로 주변국 외교를 통해 자국의 우군 및 거점 만들기를 확대하고 있고, 전쟁 장기화에 따른 자국의 대만 침공 시나리오 등도 재검토하면서 미국과의 패권 전쟁에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반면 일본은 대러 외교노선을 ‘반러’로 변경하면서 재무장을 통한 군사대국화 및 국제사회에서의 위상 강화에 뛰어들었다.
◇친러 中, 미국 소홀해진 아·태 패권 노린다 =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중국 외교가는 매우 바쁜 외교 행보를 보이고 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지난 3월 22일부터 26일까지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인도, 네팔을 순방했고 31일에는 중국을 찾은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과 회담을, 4월 4일에는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교장관과 전화 통화를 나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도 지난 3월 18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전화회담을, 25일엔 이례적으로 아직 취임 전인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전화 통화를 했고, 4월 1일엔 유럽연합(EU) 수뇌부와 사실상의 화상 정상회담을 가졌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외교 행보가 미국의 관심이 우크라이나에 쏠린 틈을 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자국의 입지 강화를 노리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리밍장(李明江) 싱가포르 난양공대 라자나트남국제학연구소 부교수는 “최근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쿼드 결성 등 지정학적, 안보적 측면에서 진전을 이루면서 중국은 주변 지역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공고히 하기 위한 노력을 더할 필요가 생겼다”고 분석했다.
특히 중국은 러시아 문제에서는 확연히 미국이나 서방과는 색깔이 다르다. 모호한 입장을 보이던 중국은 최근에서야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원론적 입장을 담은 5대 원칙을 제시했는데, 여기에도 러시아에 대한 전면적 비난은 없다. 왕 부장이 밝힌 5대 원칙은 △화해를 권고하고 올바른 방향을 촉구하고 △유엔 헌장 등 국제관계 기본 준칙 준수 △냉전적 사고로 회귀 방지 △각국의 정당한 권익 수호를 위한 일방적 제재 반대 △아시아·태평양 평화 정착을 유도하기 위한 친성혜용(親誠惠容, 친밀·성의·호혜·포용) 유지 등인데, 사실상 제재 등 러시아에 대한 불이익에는 일관되게 반대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게 외교가의 해석이다.
동시에 중국 공산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영웅’으로 추켜세우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내부 관리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용 자료로 활용하고 있고, 대학생 대상으로도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자국의 시각을 담은 주입식 교육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중국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따라 단기간에 대만을 점령하려던 시나리오도 전면 재검토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공산당은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중국의 무력 사용과 그에 따른 미국 등의 제재 등에 대한 전망·평가 등을 내놓을 것을 당내 연구기관에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한 것을 비춰봤을 때 중국의 단기 대만 점령계획의 차질 가능성과 그 피해 등을 고민하기 시작한 것으로 분석된다.
◇반러 日, 자국 재무장론 확산과 국제사회 입지 강화 = 일본은 강력한 대러 제재를 통해 미국 등 서방과 보조를 맞추면서 내부적으로는 ‘적 기지 공격 능력’ ‘핵 공유’ 등의 담론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고 있다. 일본의 ‘상왕’으로 불리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는 지난 3일 야마구치(山口)에서 열린 강연에서 헌법 9조에 자위대 명기를 주장하는 등 헌법 개정 조기 실현을 호소했다.
아베 전 총리의 동생인 기시 노부오(岸信夫) 방위상 역시 지난 4일 교도(共同)통신 인터뷰에서 “근본적인 방위력 강화를 위해 필요한 예산을 확보하고 싶다”며 방위비 인상 의사를 표명했다. 기시 방위상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국제사회가 결속해 대처하면서 대만해협에 유사한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중국의 행동을 억제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 의지도 밝혔다. 실제로 요미우리(讀賣)신문이 지난 1∼3일 실시한 전국단위 여론조사에서 방위력 강화 여부에 대한 질문에 ‘찬성’이 64%로, ‘반대’(27%)를 크게 웃돌았다.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에 대해선 ‘찬성’과 ‘반대’가 각각 46%로 정확하게 갈렸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은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대러시아 외교 노선을 바꿨다. 과거 약 10년간 러시아와 북방 영토 반환 문제를 두고 협의하면서 친러시아 외교를 이어왔는데, 이번 전쟁에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비롯한 러시아 주요인사의 자산을 동결하는 등 강력한 ‘반러 노선’을 걷기 시작한 것.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는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외무상을 폴란드 특사로 보내 우크라이나 난민 20여 명을 전용기로 일본에 데려오는 등 반러시아 연대로의 정체성을 굳히고 있다. 이는 일본이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을 노리기 위해 인도주의를 중시하는 선진국이란 이미지를 국제사회에 확산하고, 미국의 지지를 이끌어내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일본 정부가 이를 통해 미국의 지지를 업고 ‘적 기지 공격 능력’ 추진 가속화, ‘평화헌법’으로 불리는 일본 헌법 9조 개정을 노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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