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연합뉴스TV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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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다 사라지고 무기력감”
꿈의 직장 옛말…이직도 늘어
韓銀, 중도퇴사자 30대 최다


“다닐수록 현타(현실자각 타임) 오는데, 어떻게 극복해야 하나.” “자소서(자기소개서) 준비해야지.”

‘꿈의 직장’으로 불리며 취업생들 선망의 대상이었던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등 무자본 특수법인과 금융 공기업 직원들이 최근 이직을 언급하는 사례가 부쩍 늘었다. 7일 직장인들의 익명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라온 한은 직원의 게시글에 금융 공기업 직원들이 줄줄이 댓글을 달아 화제가 되고 있다. 한은 직원은 “입행할 때만 해도 말로만 듣던 한은에 들어간다는 것 자체가 믿기지 않고 너무 영광스러웠는데 다른 공기업도 마찬가지지만 금공(금융 공기업)이라고 언론에서 맞고 감사원 한 번 다녀오면 작고 볼품없는 복지도 다 사라진다”며 “이제 전문지식도 없어져 가고 이직할 능력은 없고 대충 무기력함에 익숙해지기도 하고, 다들 현타 오는 거 어떻게 극복하나”라고 적었다.

이 글에 금융공기업 직원들이 잇따라 댓글을 달아 공감을 표했다. 금감원 한 직원은 “포기하고 다닌다. 퇴사 준비” 라고 호응했다. 다른 금감원 직원은 “명목 (임금) 상승률은 아주 조금 올라가니, 인플레이션(점진적 물가상승) 고려하면 실질 상승률은 마이너스”라고 했다. 예금보험공사 직원은 “그냥 네임밸류 있고 급여도 그냥저냥 먹고살 만하고 영업 민원 별로 없고 퇴근 잘하고 소소한 것들에 만족하며 산다”며 “회사에서 보람을 찾지 말고 남는 시간에 즐겁게 할 수 있는 것을 찾아보라”고 권고했다.

금융 공기업 직원들의 이런 분위기는 정체된 직장 분위기와 최근 급상승한 민간 기업들의 임금 수준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김수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21년까지 10년간 한은을 중도 퇴직한 직원은 모두 311명이고, 이 중 30대가 99명으로 가장 많았다. 민간 기업들의 급등하는 임금 수준도 금융 공기업 직원들의 부러움의 대상이 된 것으로 보인다. 두나무의 경우 지난해 임직원 1인당 평균 연봉이 3억9294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고, 연봉이 100억 원이 넘은 임원도 2명이나 나왔다.

금융 공기업 관계자는 “민간 금융회사 급여 수준이 급격히 올라가면서 전에 비해 젊은 직원들 사이에서 자괴감이 커진 것 같다”며 “하지만 금융 공기업에 대한 선호가 여전한 상태에서 이를 대놓고 드러낼 수도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임대환 기자 hwan91@munhwa.com
임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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