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고싶습니다 - 장동서초등학교 동창 백안선

내가 태어난 곳은 서울에서 1000리가 넘는 목포에서 한 시간 반 승용차를 운전해야만 갈 수 있는 곳 정남진 장흥군이다. 수십 년 전에 내가 다녔던 초등학교는 학생 수가 없어 결국은 폐교돼 사라졌다. 우리 집은 다섯 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사는, 외딴 산림과 숲이 우거져, 보이는 것은 하늘뿐인 오지마을에 있었다.

초등학교에 다니려면 학교까지 10리 길이었기에 항상 검정고무신을 신고 보자기에 책을 담아 허리와 어깨에 똘똘 둘러메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공동묘지 옆을 지나 혼자 울면서 다녔다.

이렇다 보니 친구도 없어 외롭고 쓸쓸하게 자랐다. 그래도 학창시절에 공부는 포기하기 싫어 최소한 고등학교라도 졸업해 9급 공무원시험을 봐서 면사무소에서 근무하는 공무원이 되는 것이 꿈이었다. 신문 배달 등으로 주경야독해 고등학교 졸업장을 간신히 받았다. 하지만 다른 친구들처럼 대학에 진학할 형편이 못돼 1년 정도 액자를 만드는 공장에서 라면으로 하루 세끼를 간신히 해결하면서 일하다 강원 인제 원통 12사단에 육군 현역병으로 입영했다.

현역 사병으로 3년간 복무하면서 보급품 수령차 현리 군수사령부에 갔다가 똑같은 일병 계급장을 달고 있는 초등학교 동창 백안선을 우연히 만났다. 우리는 매주 물품을 수령하면서 만났다. 전역 이후 나는 서울시 공무원시험에 합격해 드디어 안정된 직업 공무원이 됐다. 군 복무 중 내무반에서 불침번을 서면서도 공무원 수험서를 공부했던 덕분인지 체신행정직과 경찰직 공무원시험까지 합격해 최종적으로는 아시안게임이 열리던 1986년 서울시 공무원으로 잠실운동장에 파견돼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다.

이렇게 평소에 바라던 공무원이 돼 근무하다 보니 초등학교 친구들에게 돈도 빌려주고, 보증도 서 줬다. 하지만 그 친구들은 잠적하거나 도망가버려 월급에 압류가 들어와 시달림을 받기도 했다. 돈을 빌려 간 그 친구들은 지금까지도 돈을 갚지 않고 결국에는 사기죄와 횡령죄로 구속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백안선처럼 친구들에게 늘 도움을 주는 친구도 있다. 초등학교 동창회에 나를 보고 싶어 한다는 친구가 많다. 하지만 가난한 시절 나에게 고통과 큰 피해를 주고 잠적한 뒤 아직도 돈은 갚지 않고 골프와 해외여행을 다니는 몰상식한 친구들이 보고 싶지 않아 동창 모임에 참석하지 않고 있다.

그중 소중했던 동창 백안선은 보고 싶지만 40년 세월이 흐른 지금 연락도 되지 않고 못 만나고 있다. 힘들고 가난했던 시절, 유독 나에게 많은 도움을 줬던 그 친구가 보고 싶고 그립다.

이응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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