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년도 최저임금을 심의하기 위한 최저임금위원회의 첫 회의가 지난 5일 시작됐다. 첫 출발부터 정부를 대변하는 공익위원, 사용자와 근로자를 대변하는 진영 등 세 진영 간 명확한 입장 차이 때문에 쉽사리 결론이 도출될 것 같지 않다. 특히, 올해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업종·지역별 구분(차등) 적용을 주장하고 있어 그 귀추가 주목된다.
치솟는 물가를 생각하면, 근로자들 주장처럼 시간당 임금을 마음 편하게 인상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하지만 최저임금이 갖는 경제적 파급효과를 고려하면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다. 최저임금 인상이 지속 가능한 경제적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3가지 중요한 전제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첫째, 가장 먼저 충족시켜야 하는 전제조건은 근로자의 생산성 증가다. 기업은 쌓여 있는 현금으로 근로자의 급여를 주는 게 아니라, 모든 구성원이 노력해 창출한 이익의 일부를 급여로 배분한다. 따라서 생산성 증가 속도가 근로자의 임금 인상을 따라잡지 못하면 그 기업은 시장에서 생존하기 어렵다.
둘째, 최저 임금 이상을 줄 수 있는 충분한 일자리가 있어야 한다. 최저임금이 중요한 지표가 되는 일자리는 대부분 경쟁력이 약한 숙박·음식업, 스포츠·여가 관련 서비스업, 농림어업 분야 등이다. 이런 분야에 있는 기업들은 아주 작은 임금 인상에도 생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따라서 최저임금 인상이 오히려 일자리 감소를 초래할 수 있다.
셋째, 시장에서 최저임금 노동력에 대한 수요가 공급을 초과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능력이든 운이든 일자리를 가진 사람들은 적정 시장 임금보다 높은 임금을 받는 정책적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 현재 최저임금 결정에 따라서 영향을 받는 근로자 연령층은 60세 이상이 62.5%로 가장 높고, 20∼24세가 51.0%로 그 다음이다. 해당 근로자에 대한 공급이 수요보다 많은 편이다.
이상의 3가지 전제조건을 기준으로 우리의 현재 상황을 살펴보면 걱정이 앞선다. 지금은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근로자의 생산성보다는 로봇과 소프트웨어의 생산성이 훨씬 앞서고 있다. 반면, 일자리 수는 인공지능(AI)으로 계속 줄어들고 있고, 일자리를 찾는 사람이 상대적으로 더 많은 편이다. 더욱이 최근의 노동시장은 다양성과 복잡성 기준에서 매우 높은 격차를 보여준다. 노동의 다양성과 복잡성이 높을수록 단일 기준으로 결정하는 최저임금이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기는 어렵다.
로봇·AI와 함께 살아가야 하는 미래를 생각해 보면, 최저임금에 대한 업종별 또는 지역별 차등 및 구분 적용 논의가 상당히 시대에 뒤처지는 인식을 지울 수가 없다. 특히, 사용자와 근로자 간 계약이 사적 영역의 경제적 거래라는 사실을 고려해 보면, 해당 시장에 대한 정부 차원의 관여가 과연 필요한 일인지에 대해서도 다시 살펴봐야 한다.
현재 한국 경제가 처한 현실은 누가 봐도 판단하기 어렵지 않다. 가장 중요한 기업의 설비투자는 줄어들고 있으며, 가계의 소비활동 역시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가계부채는 높은데 금리는 오르고 있으며, 실업률 역시 계속 오르고 있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매년 반복되는 최저임금에 대한 논의를 원점에서부터 재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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