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가장 힘들때 곁에 있어줘”
영상메시지로 ‘사저정치’ 시동
홍준표측 “정치적 이용 안돼”


대구=박천학 기자

지난달 24일 퇴원해 대구 달성군 사저에 지내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6·1 지방선거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 경쟁에 뛰어든 측근 유영하 변호사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나섰다. 사실상 ‘사저 정치’를 본격화한 것으로, 지역 정가에서는 ‘탄핵 대통령’이 사적 관계를 공적으로 포장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8일 오전 유 변호사를 통해 공개한 동영상 메시지(사진)를 통해 “작은 힘이나마 보태 유 후보를 후원하겠다”며 “대구시민 여러분도 유 후보에게 따뜻한 후원과 지지를 보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또 박 전 대통령은 “제가 이루지 못한 꿈들을 저와 유 후보의 고향인 대구에서 유 후보가 저를 대신해 이뤄 줄 것으로 믿고 있다”며 “유 후보는 지난 5년간 제가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웠을 때 곁에 있었다”고 치켜세웠다.

박 전 대통령의 이날 메시지에 대해 지역 정치권 등에서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A 대학교수는 “박 전 대통령이 유 변호사에게 인간적인 고마움을 느끼겠지만, 사적으로 입은 은혜를 공적으로 갚기 위해 지지를 호소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한 정치인은 “탄핵당한 전직 대통령이 정치적 의사를 표시하는 것은 정치 발전에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유 변호사와 국민의힘 대구시장 공천 경쟁을 하는 후보들 사이에서도 냉랭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홍준표 의원 측은 “박 전 대통령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정상환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은 존경받는 원로 대통령으로 지역에 연착륙해야 하는데 혼탁한 정쟁의 한가운데에 몸을 담갔다”고 안타까워했고, 이진숙 전 대전MBC 사장은 “박 전 대통령이 자신을 보살펴준 의리 때문에 대구시장 후보로 지지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김재원 전 최고위원은 “박 전 대통령이 유 변호사를 아끼는 마음은 당연하다”고만 했다.
박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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