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관 스님이 자신의 단색화 앞에서 합장을 하며 “그림은 마음이 드러나는 거울”이라고 했다.
법관 스님이 자신의 단색화 앞에서 합장을 하며 “그림은 마음이 드러나는 거울”이라고 했다.

하루 3시간씩 자며 그림에 몰두
삼베를 직조한 듯한 질감 완성

그림 작업 통한 수행 ‘단색 선화’
종교성 넘어 예술적 경지 보여줘

신작에 나타나는 곡선의 율동감
그림따라 늙어가는 세월의 축적


글·사진 = 장재선 선임기자

수행의 방편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과 그림 작업을 통해 수행을 하는 것. 비슷하지만 차이가 있다. 강원 강릉 능가사에 있는 법관 스님(65)은 후자다. 그는 그리는 게 좋아서 독학으로 그림을 배워 수행하듯 혼자 그려왔다. 20년 전 첫 전시를 하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해 지금은 한국 단색화 대표 작가 중 한 사람으로 꼽힌다.

“작업 초기에는 하루 3시간 자며 미친 듯 그림에만 몰두했지요. 3년 전까지 그렇게 그렸더니 허리가 고장 나서 기어 다닐 지경이 됐어요. 작년에 수술로 몸을 고친 후 조심하면서도 붓질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그리고 있지요.”

그가 서울 학고재 갤러리에서 개인전 ‘선(禪) 2022’를 열고 있다. 그림 42점과 함께 직접 빚은 다완(茶碗·차 사발)과 시화 족자도 각 1점씩 내놨다. 오프라인과 병행하는 온라인 뷰잉룸(‘OROOM’)에서는 회화를 추가해 53점을 소개하고 있다. 그림들은 6호(40.9×27.3㎝) 정도의 소품에서 150호(227.3×162.1㎝) 대작까지 다양하다.

그의 작품은 선승(禪僧)의 정신세계를 그림으로 옮긴 것이니 선화(禪畵) 영역에 속한다. 그러나 그는 “종교성을 너무 띠면 예술 세계에 한계가 있다”며 “일상에서 나를 찾아가는 길을 담은 것으로 자유롭게 봐 주시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초기에 선묘(線苗) 작업과 반추상 풍경화를 실험했고, 지난 2009년부터 단색조로 나아갔다. 삼베를 직조한 듯한 질감을 갖고 있는 그의 그림은 여느 단색화와 차별성을 띠며 미술애호가들을 사로잡았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가 3년 전부터 시도하고 있는 곡선 형태의 무늬가 있는 신작들을 볼 수 있다. 나이테처럼 보이는 곡선 문양에 대해 그는 “그림 따라 늙어가는 세월의 축적이라 여긴다”고 했다. “삼라만상의 흐름에 따라 출렁거리는 운율과 파동이기도 하지요. 제가 사는 강릉의 경포호수에 비치는 햇살일 수도 있고요.”

그는 그림에 바탕의 단색과 다른 색으로 점들을 찍어 놓은 것과 관련, “인간적인 것이 그렇게 남는다”고 했다, 그렇게 말하니 점들이 실수로 찍힌 것 같지만, 엄밀한 작업의 결실이다. 그는 세필로 반복해 칠함으로써 면을 만든다. 바탕에 단색으로 세 번을 칠한 후 다시 여덟 번을 각기 다른 색으로 붓질을 한다. 점은 마지막 두 번의 칠을 남겼을 때 찍는다. 그래야 그림 속 선과 어울린다는 것이다.

그는 “그림은 마음이 드러나는 거울”이라며 “모든 사물을 균형적으로 보려고 애쓴다”고 했다. 심신이 경쾌한 아침에 주로 작업을 하는 것은 균형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했다.

종교 색채가 없이 한국적 단색화의 특징을 갖고 있는 그의 그림을 좋아하는 마니아들이 많다. 지난 6일 전시장에 가 봤더니 관람객들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모습이었다. 전시를 기획한 우정우 학고재 실장은 “팬층이 다양하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며 “개막 후 며칠 만에 10여 점이 팔려나갔다”고 전했다.

판매 호조 소식을 스님은 어떻게 생각할까. 묻고 싶었으나 그러지 않았다. 속가(俗家)의 일을 언급하니 단호한 표정을 짓던 것이 떠올라서였다. 지난달 30일 전시 개막일에 학고재 인근에서 우연히 한 스님의 뒷모습을 봤다. 법관 스님에게 그 이야기를 하니 동생인 만해 스님이 축하를 위해 왔다고 했다. 쌍둥이 형제인데, 동생도 출가를 해서 현재 전남 구례 화엄사 연기암에서 수행하고 있다는 것이 학고재 측 귀띔이었다. 두 형제가 출가한 사연은 어떤 것일까. 더 물어보려 하니 스님이 무질렀다. “그런 이야기는 하지 않습니다. 어려우니까요.” 전시는 5월 1일까지.
장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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