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동훈 검사장을 옭아매려던 ‘검언유착’ 사건이 드디어 서울중앙지검의 무혐의 처분으로 종결됐다. 이 사건은 사기·횡령 등 혐의로 복역한 전과가 있는 지현진 씨의 제보로 시작됐다.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교도소에 있는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에게 편지를 써서 한 여권 인사의 비리에 대해 입을 열도록 협박을 했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한 검사장이 공모를 했다는 것인데, 사실 녹취 내용을 보면 도저히 그렇게 판단할 수가 없다.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도저히 그리 보기 어려운 내용인데도 MBC가 보도했고, 당시의 추미애 법무장관은 지휘권을 발동해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그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를 하지 못하게 했다. 최강욱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황희석 전 열린민주당 최고위원은 전면에 나서서 혐의가 마치 사실인 듯 확대 재생산했다. 거기에 김어준 씨까지 가세해 국민의 눈과 귀를 호도했다.
하지만 한 검사장과 채널A 기자가 나눴다는 대화 내용을 보고 협박을 공모했다고 결론 내릴 법관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구속기소됐던 이 기자는 지난해 무죄 판결을 받았다. 검사장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려 했던 기자의 행위가 무죄라면, 하물며 그런 유인 언동을 듣는 둥 마는 둥 했던 검사장에 대한 혐의는 성립할 여지가 없다. 그런데도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던 이성윤 검사의 진두지휘 아래 정진웅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은 한 검사장의 휴대전화를 압수한다며 독직폭행까지 했다. 정 부장은 그 때문에 1심에서 유죄를 선고 받았다.
이 사건을 맡은 수사팀은 지난 2년간 11차례에 걸쳐 무혐의처분 보고를 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서울중앙지검장은 끝까지 갖은 핑계로 결재하지 않았고, 그새 윤 전 검찰총장이 차기 대통령에 당선됨으로써 정권으로선 시간이 없게 됐다. 초조해진 민주당이 검수완박을 외치는 사이 법무장관은 무혐의처분 저지용으로 수사지휘권 카드를 만지작거렸다. 그러나 박범계 장관의 이 시도는 무산됐다. 검찰 작용에 대한 여권의 정치적 개입이 결국 좌절된 것이다.
검찰의 수사권한을 대폭 제한하고 이를 경찰로 넘겨주는 작업은 법률 차원에서 근거를 마련하고 대통령령으로 이를 구체화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도 할 가능성이 있는 기관은 검찰뿐이므로 검찰의 수사권을 축소해야 한다는 게 현 여권의 확고한 입장이다. 경찰은 시종일관 권력의 편에 서려는 태도에 추호의 흔들림도 없다. 그런데 이제 한 달이 지나면 윤 정부가 살아 있는 권력이 된다. 경찰이 살아 있는 권력을 수사하는 일은 아마도 우리 생전에 보기 힘들 것이다. 그러면 민주당은 지금까지 무슨 일을 한 것인가. 아마도 자기들이 영원무궁 집권 세력일 것으로 생각하고 행동한 듯하다.
검수완박은 이제 물리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게다가 정치적 독립성이 전혀 없는 경찰의 수사를 통제할 장치마저 사라진다면 비집권 세력에는 더 큰 위험이 닥치게 될 것이다. 법률을 개정하지 않더라도 합리적 수준으로 수사권을 재조정할 수 있다. 검찰의 수사지휘 아래 검·경의 협력으로 한 검사장에 대해 자행된 모함을 비롯, 살아 있는 권력이 지금껏 행한 많은 범죄행위가 말끔히 정리되기 바란다. 범죄는 처벌해야 예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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