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고싶습니다 - 백대현 초등학교 담임교사

봄꽃들이 꽃망울을 터트려 서로 먼저 꽃을 피우려는 계절 봄이다. 이렇게 화사한 봄날이 오면 53년 전 시골 산촌의 내 어린 시절 죽마고우들과 초등학교 4학년 담임이셨던 백대현 선생님이 생각난다.

당시 카메라가 엄청 귀했는데 어떻게 해서 사진을 찍었는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초등학교 시절 추억이 되는 사진 서너 장이 남아 있어 꺼내 볼 때마다 그 시절 친구들과 선생님이 그립고, 보고 싶다.

지금은 폐교된 당시 초등학교는 시골집과 6㎞ 떨어져 있어 어린 나이에 통학하기에 먼 거리였지만, 선생님으로부터 관심과 사랑을 받아서인지 그 길이 가깝게 느껴졌고 학교에 가는 일이 무엇보다 즐거웠다.

서너 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사는 산촌이다 보니 초등학교에 학급이라야 한 학급뿐. 또래 학생도 없어 학교수업이 끝나면 저학년 고학년이 다 같이 수업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함께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 불문율처럼 되어 있었다.

그러다 학교에서 중간고사나 기말고사를 치르는 날이면 나는 방과 후에 남아 담임 선생님이 학생들 시험지를 채점하시는 일을 도왔다. 채점을 다한 후 집에 돌아갈 때면 선생님은 트럭으로 당일 배달된 학교 급식인 빵을 한 개 먹으라고 챙겨주셨다. 넉넉지 않은 집안 형편을 잘 아시고 자상하게 마음 써 주셨던 선생님을 50여 년 지난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백대현 선생님께서 관심을 가져주시고 사랑을 주셨기에 4학년 때에는 다른 해보다 더 열심히 공부하게 됐고 성적도 상위 점수를 유지했다. 지금은 계시지 않고 하늘나라로 떠난 어머니는 내가 학교 시험 100점을 받아오면 50원인지 10원인지 없는 살림에 용돈을 가끔 주시면서 열심히 공부하는 원동력을 만들어 주셨다. 이 봄, 어머니가 좋아하시던 꽃들을 보니 어머니 생각도 많이 난다.

우리 어머니처럼 나에게 관심과 사랑을 듬뿍 주셨던 백대현 선생님을 꼭 한번 만나 뵙고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이응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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