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노량진·가락동도매시장 가보니
‘반값대란’ 대게마저 30% 반등
러 우회 운임비 상승 고스란히
식탁물가 시름 깊어질 전망
“대게처럼 가격이 반짝 저렴해진 것도 있지만, 대부분은 계속 치솟고 있어요. 해외에서 들여오는 식자재가 많아 파는 사람도 매일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입니다.”
코로나19에 따른 풍부한 유동성,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국제유가, 곡물 가격 급등 여파로 촉발된 물가 상승 여파가 도소매업부터, 요식업, 장바구니 물가에까지 연쇄적인 도미노 인상 충격을 던지면서 서민·중산층, 중소업계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경기 침체 속에 소득은 오르지 않는데 물가만 치솟는 압박 여건이 지속되는 형국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로 올라서자 곳곳에서 “10년여 만에 처음 겪는 물가 압박으로 정신을 차리지 못하겠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11일 문화일보 취재 결과, 주요 도매시장의 청과류와 수산물·정육류 등 사실상 모든 먹거리에서 물가 급등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주로 식탁에 오르는 반찬류에 사용되는 재료를 중심으로 물가 상승이 두드러졌다. 이날 서울 송파구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가락시장). 최근 두백 감자(상 등급 20㎏)가 상자당 4만5125원에 거래되고 있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가격인 1만7266원보다 161% 뛴 것이다. 쌈배추(상 등급)와 양배추(특 등급)도 각각 8㎏짜리 상품이 전년 대비 197%, 164% 올랐다. 상추, 부추, 미나리, 단호박(수입) 등도 두 배 가까이 뛰었다. 소비자나 식당 자영업자 모두 혀를 내두르며 “못 사겠다”고 손을 내저었다. 가락시장의 모 축산업체 대표는 “특히 수입산 고기 공급도 꽉 막혀 가격이 많이 뛰었다”면서 “납품하는 식당은 이미 계약으로 정해진 공급 가격이 있어 당분간은 손해를 보고 팔 수밖에 없지만 가격을 올려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수산물 가격도 러-우크라니아 전쟁 여파로 러시아 항공로가 닫힌 뒤 항공 운임비를 2~3배가량 더 들여야 하는 우회 항로를 선택하면서 그 몫이 고스란히 가격에 반영됐다. ‘반값 대란’이 벌어지며 각광을 받았던 대게 가격마저 지난 주말 사이 다시 30% 이상 반등하는 등 가격 불안이 이어지고 있다. 노량진수산시장에서 만난 직장인 김모 씨는 “가격이 저렴해졌다고 해서 왔는데 예전과 별 차이가 없는 것 같다”고 말하며 발걸음을 돌렸다.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수산물류는 납품 일정 자체가 비정상적으로 진행되는 경우도 허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3월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식량가격지수(FFPI)는 지난달 대비 12.6% 상승한 159.3포인트를 기록했다. 지수가 도입된 1996년 이래 최고치를 두 달 연속 경신했다. 곡물 가격이 2월보다 17.1%나 올랐고 유지류는 2월보다 23.2% 뛰었다. 육류와 유제품 가격도 각각 4.8%, 2.6% 올랐다. 모든 항공 운임이 오른 데다 기름값과 환율마저 오르며 수입단가는 물론 각종 작물의 재배 비용 역시 폭등 추세다.
이희권·김만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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