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검수완박’ 법안을 4월 국회에서 처리하기로 당론을 정한 12일 저녁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에 불이 밝혀져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검수완박’ 법안을 4월 국회에서 처리하기로 당론을 정한 12일 저녁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에 불이 밝혀져 있다. 연합뉴스
서울남부지검 청사서 극단선택
警 “檢가혹행위 여부 진상조사”
檢 “진상조사는 檢, 변사는 警”

검수완박 태풍속 ‘충돌’ 가능성


서울남부지검 소속 초임 검사가 12일 청사에서 투신해 숨진 사건을 놓고 검찰과 경찰이 서로 진상조사를 하겠다며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경찰은 단순 변사 처리를 넘어 남부지검 검사들을 상대로 가혹 행위가 있었는지 철저하게 조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검찰은 경찰은 변사처리까지만 하고 진상조사는 검찰이 담당하겠다며 맞서는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으로 민감한 시기에 검사 투신 경위 수사를 두고 검·경이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13일 경찰에 따르면, 이모(30) 검사는 전날 오전 11시 23분쯤 청사 건물 10층에서 투신했으며 소방당국이 즉각 출동했으나 현장에서 이미 숨진 상태로 발견됐다. 경찰은 사건 경위를 단순 조사한 뒤 검찰에 사건을 넘기지 않고, 검찰 관계자 소환 등을 통해 사인을 규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변사 사건 처리를 넘어 상사의 가혹 행위 여부 등을 면밀히 살피겠다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 경찰이 남부지검 소속 검사들을 참고인으로 소환하는 등 전방위 수사를 벌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경찰 관계자는 “남부지검 관계자들에 대한 소환 조사가 필요하다면, (이번 사건과 관련해) 모든 사안을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검찰은 진상조사는 검찰이 한다고 선을 그었다. 남부지검은 이미 대검찰청의 지시에 따라 투신 경위 등에 대해 진상조사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검찰은 가혹 행위 여부, 이 검사가 업무상 스트레스를 호소한 적이 있는지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경찰은 변사 사건 조사를 하고, 검찰은 진상조사를 한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검찰 수사권 폐지를 놓고 검찰과 정치권이 충돌하는 상황에서, 이번 검사 투신 사건 주체를 둘러싼 검·경의 신경전이 양측 간 충돌로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검·경 수사권 조정 이전에는 사건 지휘 권한이 있는 검찰이 일방적으로 사건을 가져올 수 있었지만 지금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더구나 2016년 5월 부장검사의 폭언·폭행에 시달리다가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한 ‘고 김홍영 검사 사망 사건’에 이어 또다시 검사 사망 사건이 발생해 검찰이 무턱대고 수사 권한을 빼앗아 올 명분도 부족하다. 차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이 검사의 사인이 우울증 등 개인적인 이유라면 상관없으나 향후 경찰 조사에 따라 이 검사의 유서가 발견되고, 특히 가혹 행위 등을 암시하는 내용이 유서에 담겼다면 남부지검 관계자 조사 권한을 두고 검·경이 대립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밝혔다.

전세원 기자 jsw@munhwa.com
전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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